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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황

돌아오는 큰 정부의 시대

세계화와 작은 정부의 시대에는 물가와 금리가 낮지만,
지역주의와 큰 정부를 내세우는 시대에는 물가와 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한다.

한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경제정책

세상의 변화에는 관성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갈팡질팡 방향을 잡아가지만 한번 그 방향을 잡게 되면 상당한 기간 동안 이어진다. 경제정책과 거시경제 환경이 그렇다. 이러한 변화에 정해진 주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30~40년 정도에 걸쳐 변화한다. 1940년대 이후 거의 40년 동안 주요국 경제정책은 ‘큰 정부’로 상징된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큰 정부’가 등장해 고속도로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높였다.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미국 정부가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사회보장지출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194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 미국의 소득분배가 개선되었다. 그런데 이는 나중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를 낳았다. 내구재 소비성향이 높은 중산층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났는데 이 와중에 중동전쟁이 벌어지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정부 성향 역시 바뀌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정부 지출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제한하고,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주요국 간의 자본 이동이 활발해졌다. 때마침 중국이라는 저임금 공장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 경제는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2001년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전 세계경제는 자유무역과 낮은 물가상승률의 수혜를 누리는 듯했다. 그런데 이 역시 문제를 낳았다. 낮은 물가를 배경으로 저금리가 이어졌는데, 이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배경을 제공했다. 주가가 급등하고 집값 역시 치솟았지만 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대다수 국가의 정부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되었다. 

작은 정부에서 다시 큰 정부로 되돌아갈 전망

1980년대부터 이어진 세계화와 작은 정부, 금융완화에 대한 반작용이 몇 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를 촉진시킨 중국의 저임금 효과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미 중국의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 더 이상 저임금 기지라 부르기 어려워졌고, 중국만큼 낮은 원가로 대규모로 물건을 빠르게 만들어내 줄만한 국가는 찾기 어렵다. 중국이 저임금 생산기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은 중앙정부 주도로 신속하게 인프라를 구축해 대규모 인구와 물류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는 정치적 결정 집행의 속도 차이가, 베트남은 인구 규모의 차이가 중국을 대체하기 어려운 약점이다. 중국 정부 역시 이제는 수출이 아니라 내수와 지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2015년에 중국 정부는 IT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요지로 한 ‘China 2025’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점차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이를 예고한 복선이었고, 실제 추진을 바이든 정부가 하고 있다. 2020년에 미국은 2.7조 달러라는 대규모 경기부양을 진행했고 올해는 2.8조 달러를 집행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동안 4조 달러를 인프라 투자 등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양극화를 심화시킨 측면이 있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재정 확대의 명분이 되면서 미국이 ‘큰 정부’로 나아가게 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 작은 정부와 자유무역, 금융완화 분위기가 강했던 1980년대 이후 40년 동안의 특징인 자산가격 상승, 저금리와 저비용 이익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다가오는 시대에는 1940년대부터 1970년대처럼 실물경제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금리와 원자재 가격도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한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다가올 것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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