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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귀촌,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귀촌하기로 결정했어도 막상 지역을 정하려면 어디가 좋을지 막막해진다. 왠지 서울과 멀리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 근거 없이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고집하다 보면 선택의 여지가 좁아진다.
도시에서 살다가 귀촌하면 심정적으로 서울을 떠나지 못한다. 막연히 서울과 멀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서울에서 1~2시간 거리에 톨게이트와는 20~30분 정도가 좋겠다고 기준을 삼는다. 이런 기준은 심리적으로 서울을 염두에 둬서 세워진 것일 뿐 사실 진정한 귀촌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나도 처음에는 어쩐 일인지 이 두 가지 사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에서 2시간이 넘는 거리는 아무 까닭도 없이 꺼려졌다. 톨게이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중요하게 여겨 우선순위로 두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도 서울과 톨게이트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농촌만 생각한 점이다. 당시에는 어촌이나 산촌은 생각지도 못했다. 귀농, 귀어, 귀산촌에 관한 정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와 귀어귀촌종합센터(www.sealife.go.kr), 한국임업진흥원(www.kofpi.or.kr)에서도 각각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귀촌인만을 위한 정보는 어느 곳이든 매우 부족한 편이다. 농촌과 어촌, 산촌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이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는 여전히 큰 숙제다. 이럴 때 고향이 시골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귀촌하기 제일 좋은 곳은 고향이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본 젊은이들 중에 서울이 고향인 이들은 ‘나도 시골에 고향이 있다면’하고 부러워한다.

고향만큼 좋은 곳도 없다

고향으로 귀촌하면 여러모로 편리하고 이로운 점이 많다. 부모님이 계신다면 말할 것도 없고, 친인척과 학창시절 친구들도 모두 환영한다. 그렇기에 고향으로 귀촌하면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다. 게다가 시골집을 구하는 어려움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귀촌하려는 이들 중에 집 구하기에 지쳐 아예 시골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고향은 대대손손 살아온 지인들이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에 비교적 안심하고 이주할 수 있다.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집 짓는 과정에서 이웃과 갈등이 벌어질 일도 적고, 혹여 문제가 생겨도 풀어나갈 길이 생긴다. 고향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에 부닥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집 한번 짓고 나면 보통 10년은 늙는다고 한다. 시골은 그 이상 늙는다.

낯선 시골에서 집을 지어본 이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른다. 누군가 시골에 집을 짓는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말릴 생각이라고 고통받은 괴로움을 토로한다. 이는 시골의 정서를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다.

평온하게 지내는 마을에 어느 날 모르는 사람이 집을 짓느라 토지를 측량하고 덤프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뚝딱거리면 불안하기 마련이다. 미리 마을이장이나 마을회관에 찾아가 인사하며 사정을 말하고 안면을 터놓으면 분쟁을 줄일 수 있는데 이점을 간과하고 넘어간다. ‘내 땅에 내 집 짓는데 뭔 상관이냐?’ 하는 마음이면 시골에서 살기 힘들다. 하지만 고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로 집안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낯선 시골의 문화와 정서를 새로 익힐 필요가 없다. 그러니 어디로 갈까 고민하지 말고 고향으로 귀촌하라.

지인이 있다면 큰 의지가 된다

두 번째로 좋은 곳은 지인이 있는 곳이다. 본인보다 먼저 시골에 터를 잡았거나 오래전에 귀촌한 이가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지인의 활동 역량에 따라 손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지인의 삶을 통해 시골생활을 관찰할 수 있으므로 유용하다. 지인의 집에 머물면서 직접 체험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지인을 통해 그 마을의 문화와 정서를 귀동냥할 수 있으므로 시골생활의 어려움도 줄어든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여러 정보는 물론이고, 집 구하는 일도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시골집을 구하지 못해 귀촌을 포기하는데, 지인이 자리 잡은 곳으로 귀촌하면 시간과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그 효과가 일거양득을 넘는다. 시골은 도시와 달라 부동산에 내놓기 전에 아는 사람끼리 암암리에 거래하는 일도 흔하다. 심지어는 매매물건을 예약해두기도 한다. 이 마을에 집이 나오면 먼저 알려달라는 식이다. 이런 경우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으로 이어진다. 비단 집뿐만 아니다. 대지나 논, 밭은 물론이고 임야도 이따금 이런 식으로 거래한다.

평소 마음에 둔 곳으로 간다

마지막으로 고향이 시골도 아니고 지인도 없다면 평소 마음에 둔 곳으로 간다. 농촌이든 어촌이든 산촌이든 살고 싶은 곳을 정한다. 이때는 시간을 들여 면면을 따져봐야 한다. 여행 다니는 길에 들뜬 기분으로는 알 수 없는 것도 직접 생활해보면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 날 머물면서 신중하게 결정한다.

시골은 마을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장을 통해서나 마을회관 같은 곳에 인사하며 안면을 익힌다. 또 마을 입구에 있는 가게나 술집에서도 마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물건을 팔아주거나 매상을 올리면서 넌지시 물어보면서 마을 분위기를 살펴본다. 외지인을 반기는 분위기인지 꺼리는 분위기인지 판단한다. 

시골은 마을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화합하는 분위기가 있는 곳으로 간다. 한두 번 방문해서는 마을 분위기를 알 수 없다. 여러 번 드나들며 여기다 싶은 곳을 찾으면 그곳에 세를 얻어 거주한다. 그러면서 마을의 문화와 정서를 익히며 마을 사람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한다.

처음부터 대뜸 집을 사거나 땅을 사서 집부터 지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골은 도시에서 경험한 부동산 상식과는 전혀 다른 매물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섣불리 집부터 사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또 상황이 바뀌었을 때 골칫거리가 되므로 절대 삼간다. 최소 2년 정도는 머물 면서 차근히 알아보는 것이 좋다. 

남이영·<귀촌에 투자하라> 저자

http://all100plan.com/2018-autumn-sa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