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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62세의 나이에 KFC를 일궈낸 할랜드 샌더스

전 세계 100여 개국에 매장을 갖고 있는 프라이드 치킨의 대명사인 KFC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KFC 매장을 방문해 본 사람은 입구에 하얀 색 양복을 입은 할아버지 동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가 바로 KFC의 창업자 할랜드 샌더스다. 그가 KFC 1호점을 열었을 때의 나이는 62세였다.

인생 전반부는 가난과의 싸움

할랜드 샌더스는 1890년에 미국 인디애나주 핸리빌에서 태어났다. 여섯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고, 열두살에 어머니가 재혼을 하며 고향을 떠나 버렸다. 그 이후 그의 유년기는 말 그대로 가난과의 싸움이었다. 열두살 어린 나이에 그보다 더 어린 동생들을 위해서 매일 저녁 식사를 만들어야 했는데, 이때부터 요리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동생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면서 그의 요리 실력도 점점 늘어갔다. 

1907년 17세의 나이에 샌더스는 미 육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40세가 되어 어느 정도 돈이 생기자 육군에서 전역한다. 참고로 그는 90세에 사망하는데, 그의 장수 비결은 육군 복무 시절 습관화 된 규칙적인 생활이라고 한다. 전역 후 그동안 연구해 놓은 자신의 요리법을 바탕으로 켄터키주 코빈의 주유소 근처에 작은 식당을 열어, 도로 이용자들에게 미국 남부 음식을 요리해 팔기 시작했다. 장사는 굉장히 순조로워서 샌더스의 식당은 지역에서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새옹지마인지 그의 식당 근처 도로를 대신해서 새로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손님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식당에 화재가 나는 연속되는 불행을 겪는다. 60세가 되던 해에 결국 식당은 폐업했다.
        

손자 돌볼 나이에 새로운 사업을 결심

60세의 나이에 남은 재산이라고는 월 105달러의 연금과 낡은 트럭 한 대밖에 없는 상황에서 할랜드 샌더스는 다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닭튀김 요리법을 파는 일이었다. 샌더스는 튀김 도구를 잔뜩 실은 개조된 트럭을 몰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당시에는 평균수명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60세는 손자들의 재롱이나 보고 여생을 즐길 나이였다.

하지만 그는 닭튀김 비법을 팔기 위해서 1,008번이나 도전했고, 같은 횟수만큼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 젊은 사람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퇴짜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1,009번째 도전 끝에 자신의 닭튀김 비법에 투자할 사람을 찾아냈다. ‘웬디스 버거’의 창립자인 데이브 토마스가 자신의 식당에서 샌더스의 요리법으로 만들어진 치킨을 판매하는 조건으로 샌더스에게 치킨 1조각당 0.04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계약을 맺는다. 그 전까지 미국 남부의 가정식에 불과했던 프라이드 치킨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순간이었다. 샌더스가 트럭에 짐을 싣고 도전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그동안 그는 트럭 안에서 잠을 잤고, 아침이면 훗날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구겨진 하얀색 양복을 다려 입고 투자자를 찾아 문을 두드렸다. 이후 샌더스는 사업가인 피트 하먼과 계약해서 마침내 KFC 1호점을 탄생시킨다. 이때 샌더스의 나이는 62세였다. KFC가 자리를 잡은 이후 할랜드 샌더스는 자신을 샌더스 대령이라고 칭하며 흰 양복을 입고, KFC의 마스코트를 자처하였다. 또한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왕성히 활동하다가 1980년 90세의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샌더스가 살아온 인생은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를 통해서 우리는 꿈은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이뤄진다는 ‘인내’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 만약 그가 자신 앞에 닥친 불운을 원망하고 좌절했다면, 1,009번의 인내와 도전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생을 모아 세운 레스토랑이 고속도로 개발에 밀려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과연 나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거기서 답을 찾았다. 파산 직전의 상황에서 샌더스는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준 현실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은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바로 사람들에게 프라이드 치킨 요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더 빛날 수 있다는 믿음

샌더스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발상에 속하는 요리법을 팔겠다는 아이디어 덕분에 그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될 수 있었다. 불운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강인한 정신력과 낙천적인 세계관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2년 동안 내리 1,008번이나 거절을 당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인내심은 경이로울 정도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절’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그는 거절을 자신의 인격과 동일시하지 않았다. 거절이란 단지 자신이 팔고자 하는 닭튀김 요리법의 부족함을 뜻하는 것이지, 자기 자신에 대한 거절이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다. 덕분에 거절을 당할수록 그의 프라이드 치킨은 더욱 맛있어졌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거절을 당하는 일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거절을 당하기보다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실리보다 명분에 집착한다. 명분에 집착할수록 판단력은 흐려지고 행동은 느려진다. 

샌더스는 1,008번이나 거절을 당하면서도 차라리 그 과정을 즐기는 길을 선택했다. 그 스스로 이 과정을 탐험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프라이드 치킨 요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희망으로 2년을 버텼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가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빛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까지나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기도 했다. 
            

김대근 NH농협은행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http://all100plan.com/2018-summer-pi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