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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귀촌, 무엇이 제일 중요할까

귀촌은 ‘사회적 이민’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귀촌하면 어떻게 될까? 귀촌하는 데 제일 중요한 점은 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다.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귀촌하면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나라처럼 부부 사이에 대화가 없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면서도 서로 상대방을 잘 안다고 과신한다. 평소에 대화는 물론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에 관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눠왔다면 귀촌쯤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겠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기에 고심한다. 귀촌을 원하는 남편들 중 아내의 반대에 부닥쳐 실망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아내가 싫어해요. / 왜 싫대요?  / 글쎄요. 워낙 시골을 싫어해서요.왜 싫은지 물어봤어요? / 물어보나 마나 옛날부터 싫어했어요.
말하면서 얼굴 표정이 몹시 안 좋다. 당연히 따를 줄 알았다가 반대에 놀라는 이도 있고, 그럴 줄 알았다고 실망하기도 하고, 반대할까봐 묻기가 겁난다는 이도 있다. 하나같이 아내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아내야말로 귀촌을 원하는 남편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탈이다.
		

남편 먼저 귀촌하면 어떨까?

그래서 남편이 먼저 귀촌한 뒤에 자리가 잡히면 가족을 부르겠다고 차선책을 쓴다. 말이 차선책이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벌인 일이기에 가족과는 갈수록 점점 더 멀어져갈 뿐이다. 남편이 먼저 귀촌하는 이유가 분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모를까, 단지 아내와 다른 가족이 반대하기 때문에 하는 시도라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아내도 막상 시골에 와서 며칠 지내다 보면 마음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는 정말이지 아내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렇게 안이한 생각으로는 아내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 오히려 두 집 살림이 돼서 아내의 반대가 더 커지고 분란만 일어날 뿐이다. 두 집 살림은 집안일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뜻을 대부분의 남편은 이해하지 못한다. ‘여태 그렇게 살아왔기에 알 수 없다’ ‘당분간인데 두 집 살림이 어때서?’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하면 되잖아’ 하는 마음이 앞설 뿐이다. 그래서 아내가 싫어하는 진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당황하고 서운해한다. ‘나이 들어 시골에서 살면 좋을 텐데 왜 저러지?’ 하거나 ‘은퇴 후 귀촌해서 자연과 살면 얼마나 멋진데, 그 진가를 모르기 때문에 아내가 반대한다’고 여긴다.
            

귀촌을 반대하는 아내의 속마음

아내의 말은 다르다. ‘시골에 살면 좋지’ 하다가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시골에서도 집안일에 얽매여 살아야한다면’ 하는 이 생각만으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난 세월 집안일이라면 손 하나 까딱 않는 남편에게 지쳐버렸다고 하소연한다. 지금까지 집안일과 모든 대소사를 아내에게 위임하고, 그 노고를 알아주기는커녕 하찮게 여겨놓고는 이제 와서 귀촌이라니?

평생 가족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했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은 집안일에서 벗어나 취미생활도 즐기고 싶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그런데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면 자신이 세운 계획이 다 무산되고 만다. 시골로 간다고 무슨 변화가 올까. 새로운 환경에 즐거움이 넘치는 일은 언제나 남편 몫이고 아내에게는 낯선 환경에 불편함뿐이다.‘더군다나 몸도 예전 같지 않다. 공연히 따라나섰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이 무슨 낭패란 말인가. 시골이라고 남편이 달라질까. 분명 예전처럼 집안일은 나한테 다 떠넘기고 고생은 나 혼자 하겠지. 텃밭을 한다고? 그 수고는 또 누가 할 건가? 결국 이 모든 노동도 내가 다 해야 할 거다. 헤어지는 한이 있어도 절대 시골에는 가지 않을 테다.’
        

그럼에도 귀촌을 희망한다면

그토록 오랜 세월 ‘나홀로 살림’을 참아 온 아내 처지에서는 남편의 귀촌 타령이 아무래도 느닷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아내의 마음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아내와 가족 모두 귀촌을 찬성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귀촌하려는 사람이 먼저 마음을 바꿔야한다. 말하자면 귀촌을 원하는 남편이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귀촌하면 집안일은 모두 자신이 하겠다고 한다. 이때 구체적으로 말한다. 막연히 “집안일은 모두 내가 할게” 하는 게 아니라 하루 세끼 식사준비는 물론이고 설거지, 세탁, 청소 같이 노동이 따르는 모든 내용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말한다. 그깟 집안일 때문에 아내가 반대하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깟 집안일을 본인이 직접 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편이 귀촌만 하면 집안일을 모두 하겠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바로 승낙하는 아내는 없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신용을 잃었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해줄게” 하는 말에 속아 온갖 고생을 떠안은 경험이 있어 믿지 않는다. 지금부터 하나씩 실천해나가면서 변화를 보여주라. 콩나물을 다듬고, 멸치를 다듬으며 한걸음씩 동참하라.
스스로 밥상을 차리고, 혼자 세탁기를 돌리고, 부엌과 화장실 청소를 독자적으로 하라. 방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어떤 손길이 스쳐야 하는지 몸소 익히라. 아마 모르긴 해도 쉽게 지치거나 ‘이런 짓을 내가 왜 해야 하지?’ 하는 억하심정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면 귀촌은 물 건너가고 만다. 안타깝지만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씩 집안일을 하면서 뒤늦게 아내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든다면 당신은 가능성이 있다. 이 모든 일을 긴 세월 묵묵히 한 아내에게 보답하기 위해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솟는다면 가능성을 넘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아내는 당신이 애쓰는 그 모습을 보고 알면서도 속아주는 아량을 보일지도 모른다.만약 아직 귀촌하려는 소망을 입 밖에 드러내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한걸음씩 내딛으라. 아내에게, 가족에게 은근히 시골의 삶을 내비치고 의견을 물어보라. 아내가 속마음을 말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 진정 원한다면 절대 서두르지 말라. 
            

남이영·<귀촌에 투자하라> 저자

http://all100plan.com/2018-summer-s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