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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관에서 귀촌을 권하다 <리틀 포레스트>

엄마조차도 떠나버린 고향집에 딸이 돌아온다. 처마에 따뜻한 불이 켜지고 집 안에도 온기가 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을 땐 얼음 깔린 마당을 호미로 두드린다.
언 배추로 끓인 된장국 한 사발에 배가 불러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빠진다. 이것은 누구의 로망일까.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서울에서 사는 삶은 아무래도 불행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과 텅빈 시골을 장승처럼 지키는 노인들의 마음을 건드려 150만 관객을 모았다.

편의점 도시락을 버리고 시골로 간 사람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누적 귀농 가구수는 10만가구가 넘는다. 귀촌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다. 해마다 30만 가구 이상이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갔다. 최근 몇 년 들어 생긴 중요한 변화는 2030 세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조기퇴직한 50대가 39.9%로 가장 많지만 20대와 30대가 28.7%를 차지한다. IMF 금융위기 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인생 이모작’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유행이 됐지만 ‘농사일도 일찍 배워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퍼지면서 ‘귀농 없는 귀촌’이 시작됐다. 서울의 삶과 다른 삶을 살아보기 위해 시골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물론 <삼시세끼>가 농어촌 삶과는 아무 관련 없고, <효리네 민박>이 민박집 일상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시골살이를 택한 사람들 중 많은 숫자가 시골의 삶에 실망해서 다시 도시로 왔다고 한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도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은 사람의 울음소리를 닮은 고라니 소리에 잠을 설친다. 갑자기 인구 밀집이 낮은 장소로 이동했을 때의 허전함을 일부는 어릴 적 친구가 가져다준 강아지로, 나머지는 땅의 온기로 채운다. 
주인공이 고향에서 계속 살게 된 것은 도시의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좁은 자취방에서 편의점에서 팔다 남은 폐기처분 도시락을 먹어치우던 혜원은 문득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고향으로 돌아오고 어쩌다가 눌러앉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서울의 삶은 항상 내일만 위한 것이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허기를 채우기 위해 끼니를 대충 때우고, 시간과 돈의 여유가 생기면 맛집 앞에 줄을 서는 걸로 잘 먹고 있다고 믿는다.
            

내일의 맛집을 위해 오늘의 식탁을 희생하지 않는 삶

시골의 시간은 순간순간을 채운다.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좋은 음식을 먹는 거야.” 영화에서 혜원은 엄마(문소리)의 말을 떠올리며 아직 얼어 있는 땅에 감자를 심고, 고추 모종을 심는다. 봄에 캔 고사리는 가을에 꺼낸다. 노동은 도시보다 고되고, 기다리는 삶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감자가 나올 동안 토마토를 먹고, 팥죽을 쑤고, 술을 담그고, 기다림을 견뎌낸 먹거리들을 다듬어 맛있게 먹는 동안 땅 속 온기는 감자 싹을 틔워 밖으로 내민다. 

이 영화의 무대는 절반은 땅이지만 절반은 부엌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4부작 일본 만화다. 만화에선 떠나버린 엄마의 레시피를 찾는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영화에선 자족하는 삶을 통해 자존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땅과 부엌은 주인공의 자존감 원천이다. 그 점이 다른 농촌 영화와는 다르다. 몇 년 전 제주로 귀촌한 젊은이들을 취재하다가 어찌된 일인지 그들의 거실엔 한결같이 생태환경을 고찰하는 잡지 <녹색평론>이 놓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 귀농, 귀촌자들과는 조금 다른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책 <자연과 함께 한 1년>에서 지은이 바버라 킹솔버는 부엌을 생활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엌은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제품으로서가 아니라 과정으로서 이해하는 장소가 되어야 하며, 우리의 채소밭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자극제이고, 우리가 일상으로 빵을 굽는 곳이며, 결국 가정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될 기타 온갖 실험의 무대라는 것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땅과 부엌을 통해 일상생활을 다시 찾는 흐름의 한 가닥이기도 하다. ‘부엌 투쟁’이 시작된 배경을 2016년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15년 동안 집값은 크게 올랐는데 음식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음식이 값싸질 수 있었던 이유는 자유무역협정이 가져다 준 미국산 소고기와 중국산 쌀의 댓가다. 15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던 삼각김밥엔 어떤 재료가 들어 있을까?” 서점가엔 삼각김밥을 고르는 대신에 감자를 심으러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책들이 끊이<리틀 포레스트>는 땅과 부엌을 통해 일상생활을 다시 찾는 흐름의 한 가닥이기도 하다. 
‘부엌 투쟁’이 시작된 배경을 2016년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15년 동안 집값은 크게 올랐는데 음식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음식이 값싸질 수 있었던 이유는 자유무역협정이 가져다 준 미국산 소고기와 중국산 쌀의 댓가다. 15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던 삼각김밥엔 어떤 재료가 들어 있을까?” 서점가엔 삼각김밥을 고르는 대신에 감자를 심으러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책들이 끊이지 않는다. 분명 최근 귀촌과 텃밭농사의 흐름에는 값싼 음식으로 삶을 지탱하는 생활방식을 거부하는 사고방식이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네가 안 떠나면 나도 안 떠나”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싹이 자라고 음식이 맛있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자신에게도 기다림의 시간을 주어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초침으로 측정되는 서울에서 할 수 없는 생각이다. 그런데 사실 혜원이 이렇게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론 어릴적부터 땅과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고, 둘째론 고향에 다른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모른다. 나도 이곳 토양과 공기를 먹고 자란 작물이란 걸.”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혜원은 속으로만 이렇게 생각했다. 고향에선 대놓고 타박을 주고 받아도 상처를 덜 받았다. “네가 안 떠나면 나도 안 떠나.” 입만 열면 시골의 삶이 지루하고 촌스럽다고 불평하던 친구도 혜원을 기대서 계속 이곳서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비추었다. 영화에만 있고 현실엔 없는 것은 우선 원래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 ‘키즈’들에겐 자신이 태어난 밭의 기억이 아예 없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귀촌해도 그곳에서 비슷한 청년들을 만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화 속 ‘포레스트’는 내가 살아야 할 자리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루는 숲을 의미하는데 지금 어느 곳에 그런 숲이 남아 있는지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그래도 도시의 마른 토양에서 비옥한 숲으로 자신을 옮겨심으려 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땅의 힘에 이끌려서 간다기보다는 있는 힘껏 달리다가 연료가 떨어지곤 하는 도시의 삶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도시 탈출을 꿈꾸지만, 대부분은 꿈을 꾸는 것에 머물러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이 끝내 떠나지 못할 것이다. 도시를 떠난 삶이란 그렇게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하나였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태어나 30년이 넘게 아스팔트를 고향 삼아 살면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던 한 남자는 서울을 떠나고 나서야 그 일이 의외로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치병이라 여겨 몇 년 동안 달고 살았던 산소호흡기를 떼고 보니 사실 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 발견한 사람의 심정이랄까?” 2013년 나온 책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에서는 서울을 탈출한 다음에서야 보이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도시 탈출을 꿈꾸지만, 대부분은 꿈을 꾸는 것에 머물러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이 끝내 떠나지 못할 것이다. 도시를 떠난 삶이란 그렇게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하나였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태어나 30년이 넘게 아스팔트를 고향 삼아 살면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던 한 남자는 서울을 떠나고 나서야 그 일이 의외로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치병이라 여겨 몇 년 동안 달고 살았던 산소호흡기를 떼고 보니 사실 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 발견한 사람의 심정이랄까?” 2013년 나온 책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에서는 서울을 탈출한 다음에서야 보이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남은주·<한겨레> 신문 사회부 기자
사진 메가박스(주)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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