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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고령・홀몸・무직’ 세대의 소득방어 전략은?

2017년 한국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홀몸세대와 무직세대의 증가를 동반한다. 이대로라면 소비시장은 잔뜩 흐릴 테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시스템마저 흔들리게 된다.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이제라도 고령세대의 소득을 지지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미래 인구전망은 대개 잿빛으로 그려진다. 돈을 버는 현역세대는 줄고, 소득이 끊긴 노인은 늘어나니 당연히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때 새로운 대응전략이 마련된다. 환갑을 넘겼는데도 적극적인 생산・소비 주체로 남는 고령인구가 많다. 이들은 은퇴 없이 현역생활을 연장하고, 자산투자엔 더 적극적이다. 고령사회를 겁내기보다는, 줄어드는 현역세대를 대체할 새로운 고객 발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라도 현실의 냉정한 진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늙어가던’ 사회에서 ‘늙은’ 사회로 본격 진입

주지하듯 2017년 9월 한국 사회는 100명 중 14명이 고령인구로 들어섰다(주민등록인구). 가십으로 치부하기엔 속사정이 심각하다. 소득 단절로 부양을 받아야 할 잠재인구가 늘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 성장마저 멈춰서면 나이를 막론하고 삶의 질이 나빠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기는 고령사회의 본격 진입이 위기 경고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위기는 달리 보면 기회다. ‘늙어가던(Ageing)’ 사회에서 ‘늙은(Aged)’ 사회로 본격 진입한 2018년은 이런 점에서 미래를 제대로 준비해야 할 마지막 기회다. 지금 추세라면 2026년에는 100명 중 20명이 노인 그룹에 속하는 이른바 초(超)고령사회가 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꼬이고, 문제 해결도 어려워진다. 

일본은 어떨까?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시장은 고령인구가 소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2017년 5월). 거시적인 분석 배경은 암울하다. 세대 구성을 볼 때 고령화・단신화・무직화의 3대 조류가 가계 단위를 분해하고 있어서다. 현역세대조차 소득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이들 3대 가계 조류는 확산될 게 분명하다. 
고임금의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면 절약된 인건비가 청년세대로 돌아갈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현실은 녹록찮다. 지금 청년세대는 비정규직이 많고, 소득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들이 나이 들어도 소비시장의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일본 경제는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확연하진 않지만 과거 호황기의 온기가 군데군데 목격된다. 성장률과 취업률이 개선된 덕분에, 적어도 디플레이션은 면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져 예전의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 다만 가까스로 되살린 내수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뭔가가 절실하다. 내수(85%)가 수출(15%)보다 GDP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방점은 ‘내수’에 있다. 수출 비중이 50%인 한국과는 다른 측면의 고민이다. 한국은 대외의존성을 낮춰 내수를 ‘양적’으로 키우는 게 과제지만, 일본은 내수시장의 ‘질적’인 신규창출이 간절하다. 수출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내수만큼 안정적이진 않다.
            

가계 변화에 따른 소비 변화에 주목해야

그래서 찾아낸 포인트가 가계 행동을 둘러싼 면밀한 수요조사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는 주로 전업주부인 여성이 가계 관리를 도맡았다. 남편의 소비에도 부인의 의향이 짙게 관여했다. 그러다 자녀 교육비가 부담되면 남편과 부인 모두 소비가 제약됐다. 맞벌이 가구에서도 이 같은 여성 경제권은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대주의 연령대가 바뀌었고, 이것이 가계의 소비행동을 바꾸는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연령 분포를 보면 세대주가 60대 이하인 가구가 전체의 46.4%다. 나머지 53.6%는 세대주가 환갑 이상이란 얘기다. 

주목할 건 추세다. 환갑 이상 세대주의 비중은 2001년에는 37.7%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5년에 걸쳐 1.4배 늘었다. 같은 기간 고령인구도 17.3%에서 27.4%(2017년 1월)로 증가했다. 이는 소비 정체로 연결된다. 환갑 이상 세대주의 가구당 소비지출은 22만 1,080엔으로 50대(26만 7,072엔)의 83% 수준이다. 
연금 수입에 의존하기에 지출 규모가 작다. 소비여력이 적은 고령 세대는 갈수록 늘어나고, 이 같은 고령화는 당연히 독거 및 무직 추세를 동반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별과 실직이 늘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체의 32.3%가 독거세대인데, 이 중 54.7%가 고령세대다. 2030세대는 20%가 안 된다. 증가 추세인 독거세대의 소비지출은 15만 8,911엔(2016년)에 불과하다. 

고령화에 따른 무직화도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물론 무직 세대라고 수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처분소득은 공적연금을 중심으로 월 14만 8,776엔(2016년)인 반면, 소비지출은 20만 1,713만엔으로 5만 3,000엔 정도가 적자다. 이 같은 무직세대가 무려 38.2%에 달한다. 이들은 저축한 돈을 꺼내 쓰지 않고는 생활이 힘들다. 미래에 대한 불안, 연금에 대한 불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가-연금 연동하거나 정년 연장해 고령층 소득 지지해야

물론 현역세대의 소득이 늘어나면 전체적인 소비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일본은 아베 정권 이후 2016년까지 3년 연속 소폭이나마 임금 상승이 있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희박하다. 이 같은 세대 전체의 소비 감소는 장기간 지속된 소득 정체 때문이다. 2012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소득이 늘어도 가처분소득은 줄어드는 때가 많다. 길게 봐도 마찬가지다. 특히 연소득 200만~500만엔 계층에서 소득 감소가 많은데, 이는 2000년대 50대였던 중년세대가 2010년대 60대로 접어들며 대폭의 소득 감소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50대 때는 정규직이었지만 60대에는 비정규직이 된 까닭이다. 

그렇다면 쓸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먼저 연금 생활자를 중심으로 한 무직세대의 소득을 늘리자면 연금의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물가 상승 후 1년이 지나서야 연금 급여가 오르기에, 이 기간에 무직세대는 되레 실질소득 감소를 체감할 따름이다. 이 때문에 고령사회는 당장은 디플레를 더 반긴다. 디플레 경제는 무직세대에 유리하다. 반대로 현역・기업・정부는 희생양으로 전락한다. 물론 길게 보면 고령인구도 사회보장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돼 불안해진다. 이대로라면 미래 소비시장은 잔뜩 흐릴 것이다. 

급증한 고령·무직세대가 저축 인출이 아닌 방법으로 생활 적자를 메울 방안이 절실하다. 연금소득 이외의 뭔가가 필요한데, 그러자면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을 늘리거나 가족의 지원을 받는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카드는 근로소득이 유일하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임금피크제를 정밀하게 운영해 50대부터 시작되는 소득감소를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금처럼 고령 직원의 임금 체계를 제도적으로 떨어뜨리기만 해 서는 곤란하다. 
        

전영수·한양대학교 교수

http://all100plan.com/2018-summer-yeol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