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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자녀의 부모 부양은 옛말, 자녀연금보다 주택연금을 선택하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가 동거하는 가구는 30.6%에 불과했다.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살면서 자주 만나느냐? 그것도 아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가구를 대상으로 만남 횟수를 물었더니, ‘한 달에 한두 번’ 만난다는 답변이 41.8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1년에 몇 번’이라고 답한 가구도 34.2%나 됐다.

그러면 노후생활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부모 스스로 해결’하는 가구(69.9%)가 ‘자녀’의 도움 받는 가구(20.2%)를 크게 앞질렀다. 이뿐만 아니다.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의식 자체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8년 조사 때만 해도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보아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40.7%나 됐지만, 2016년 조사에는 30.8%로 뚝 떨어졌다. 대신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견해(45.5%)가 대세가 됐다.

부모자식간의 유대가 갈수록 약해지면서 노후생활비를 더 이상 자녀에게만 기댈 수 없게 됐다. 결국 노후는 스스로 준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은퇴 후 별 다른 소득 없이 다달이 생활비를 빼 쓰다 보면 언젠가는 금융자산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그 시기가 더욱 빠를 수 밖에 없다. 은퇴 후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남았을 경우 노후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양 조건으로 주택을 증여한다

먼저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주고 부양을 약속 받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자녀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맘이 다르다고 일단 부모로부터 더 이상 받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부모봉양에 소홀해질 수 있다. 오죽하면 ‘곳간 열쇠는 숨이 멈출 때까지 꼭 쥐고 있으라’는 말이 있을까?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부모가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수원에 사는 A씨(69세)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매달 용돈 50만원을 드리겠다”는 아들 말만 믿고 아파트를 처분한 대금을 전부 아들에게 넘기고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용돈은 고사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자 아들을 상대로 ‘재산을 돌려달라’ 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법원은 판결문에서 “아들에게 증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여기에 부모부양의 조건이 붙었다고 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아들 손을 들어주었다.

판례에서 보듯 소송에 이기려면 부모부양을 조건으로 증여를 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부양을 하겠다’고 약속한 제3자의 증언이나 정황상 증거가 있어도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지만, 법률전문가들은 “부모부양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는 ‘무효’다”라는 내용을 담은 서면계약서를 작성해 두면 보다 확실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자녀에게 주택을 판다

효도까지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현실도 개탄스럽고, 그렇다고 부모자식간에 부양계약서를 쓰는 것도 아직은 낯설다. 게다가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면 증여세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는 재산가액이 5천만원이 넘으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뭔가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증여 대신 자녀에게 주택을 파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자녀는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고, 부모도 주택이 한 채뿐이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다. 관건은 부모자식간의 거래를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여부다. 통상 부모가 자식에게 주택을 물려주면 이를 증여로 보지 매매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물려주고 생활비를 받아 쓴 것이 증여가 아니라 매매라는 판례가 나왔다. 하지만 부모자식 간의 부동산 거래가 ‘매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매매에 따른 판단 근거로 ‘실제 대가’가 오고 가야 한다. 만약 부모가 주택소유권을 넘겨줬는데 자녀가 연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을 때도 법원이 이를 매매계약으로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주택가격과 자녀에게 받은 돈도 서로 엇비슷해야 한다. 자녀가 지급한 대금이 집값에 크게 못 미치면 매매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리고 부모가 자녀에게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해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돈의 출처가 반드시 자녀의 재산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주택연금에 가입한다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자니 나중에 ‘나 몰라라’할까 걱정이고, 그렇다고 매매형식으로 주택을 넘기자니 이래저래 법률적인 소명 절차가 복잡하다. 이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이란 고령자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제도이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 계속 살면서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중도에 대출이자를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한 다음 한꺼번에 정산하면 된다. 이때 연금 수령액과 이자를 합한 부채금액이 주택가격보다 크더라도 자녀들이 부족한 금액을 상환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부부 두 사람이 사망한 다음에 주택을 팔아 대출금을 청산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집을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렇게 내 집에 살면서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최근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택소유주와 관계없이 부부 중 연장자 나이가 만 60세가 넘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주택가격 요건도 있다. 1가구 1주택자이거나 다주택자이더라도 주택 합산가격이 9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가입이 가능하다. 1가구 1주택자 중 주택가격이 9억원이 넘는 경우 담보가치는 9억원까지만 인정해 준다.

NH농협은행 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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