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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황

북한 핵 이슈에서 바라 본 한국의 반도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인들의 IT제품 소비와 중국의 장기 성장전략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입지는 북한 핵 이슈의 해결 과정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반도체 수출 호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한 북핵 이슈

지난해 신문을 채운 중요한 뉴스 가운데 하나는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었다. 정치, 국제외교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당시의 이슈를 해석해 보려 한다. 북한의 핵 이슈는 싸드 배치와 맞물려 미국과 중국 모두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의 이해관계를 미국과 중국은 철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쟁은 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자신들에게 이익보다는 손해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OEM이란 ‘Origin왜일까? 여러 가지 답이 있을텐데,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IT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의 위상 때문이다.

지난 1994년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당시 미국 입장에서 한국경제는 중요하지 않은 카드였다. 1990년대 초반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였지만,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닌 OEM 생산기지였다. OEM이란 ‘OriginalEquipment Manufacturing’의 약자로, 직접 제품을 설계하고 브랜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주문자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완제품을 가공·조립하는 것이다. 1994년 한국의 수출품목 2위가 의류, 5위가 나일론을 비롯한 인조섬유직물이다. 경공업제품과 해외에서 부품을 사서 조립하는 전자제품이 당시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었다. 사실 이런 경제는 얼마든지 다른나라로 대체 가능하다. 한국이 신발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공장을 옮기면 그 뿐이다. 잠깐 불편하기는 해도 미국이나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지 못한다. 경제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1994년에 미국이 한국에서의 전쟁을 쉽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별로 중요한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전세계 IT 산업에서 한국의 반도체가 필수

하지만 현재 상황은 사뭇 다르다. 만약, 철강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미국이나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별로 필요 없다. 전세계 철강산업이 공급과잉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공급자가 사라져 주는 것이 좋다. 중국은 2000년부터 빠르게 철강생산을 늘렸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었지만 문제는 속도였다.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생산이 늘어나면서 중국 철강업계는 생산을 줄여야 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 상황에서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군수물자에 필요한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될 시나리오지만, 전쟁으로 한국의 철강 생산라인이 멈추면 중국 철강 생산업자들은 웃을 것이다.

관점을 바꿔서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 바라보면 미국과 중국은 한국이 필요하다. 철강산업과 달리 현재 반도체 산업은 오히려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5년 단위로 흐름이 바뀌는 특징이 있다. 이는 중국의 투자를 보면 나타난다.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중국에서 투자가 가장 빨리 증가한 부문은 도로와 철도였다. 도시화를 앞세우면서 도로를 닦고 철도를 세운 것이다.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는 유통물류산업에 투자가 빠르게 늘었다. 어느 정도 도시화를 이루자, 그 동안 번 돈을 써서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은 산업구조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IT산업과 자율 주행차, 로봇 등에 투자를 늘리고있다. 이에 필수적인 것이 반도체다. 반도체 생산의 키는 한국이 쥐고 있다.

10년 전,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마이크론, 독일의 키몬다, 일본의 엘피다 같은 쟁쟁한 기업들과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놓고 대대적으로 진검승부를 벌였다. 그리고,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놓았다. 미국의 애플이 아이폰을 기획하더라도,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한국에서 조달한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우려 하고는 있지만 아직 자체적으로 이를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5%에서 2017년 1월~9월 사이 52%로 높아졌다.

만약 전쟁이 나면, 한국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것이고 이렇게 되면 당장 전세계 IT 산업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미국, 중국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중동의 석유만큼이나, 한국의 반도체도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 2018년에도 수출 증가 가능성 높음

사실, 북한 핵 이슈는 정치외교 전문가들도 쉽게 결론내지 못하는 분야다. 필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기에 감히 북한의 정세를 전망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고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북한 이슈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본연의 주제인 경제전망으로 마무리를 짓자면, 올해 우리나라 수출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는 내년에도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급증하는 중국의 수요가 당장 꺾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4년만 하더라도 중국이 수입하는 물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원유였지만, 지금은 반도체가 되었다. 또한 미국인들의 가계 소비지출에서 IT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바꿔말하면, 경기가 좋아져서 IT제품을 사는 수요도 있고, 설령 경기가 부진하더라도 IT제품은 안정적인 수요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IT제품들에는 반도체가 필요하고, 한국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므로 그 수혜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워낙 높다 보니,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2018년에는 증가율은 다소 하락할 수 있지만 성장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NH농협은행 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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