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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비움의 철학을 알아가는 귀농·귀촌 인생2막

귀농·귀촌 붐이 일면서 이를 위한 교육이나 규모화된 투자도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인생2막을 다시 도전과 성공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행복한 귀농·귀촌을 위해, 무언가를 더하는 삶이 아니라 무언가를 덜어내는 삶으로 전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해지려면 먼저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귀농철학 강의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 그것은 내게 귀농에 대한 생각의 길잡이가 되었는데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이 발전이고 진보라 생각한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소유/욕구’라는 유명한 공식을 만들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물질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는 삶에 내몰려야 한다. 하지만 자원은 유한하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방법은 개인이 가진 욕구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인생2막을 준비하는 귀촌자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농ㆍ귀촌 붐이 일면서 교육기관들도 늘어났고 이와 관련하여 작목 별 재배기술이나 선진지 견학과 같은 교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생2막을 다시 ‘도전’과 ‘성공’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는 것이다. 누구 하나 비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노동집약적인 시설재 배 작물에 관심을 가지거나 돈이 된다는 버섯 교육을 듣거나 큰 규모의 과수농사에 남은 인생을 바칠 각오를 교육들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비우지 못한 귀농·귀촌 생활의 어려움

‘별 보고 들어가서 별 보고 나온다.’는 말을 귀농인들 사이에서 종종 듣는다. 초기 귀농인들에게는 이런저런 이유로 대출을 받을 기회가 많다. 농지를 구매하거나 고가의 농기계 혹은 비닐하우스 시설에 필요한 여러 자재를 구입할 때 필요한 비용들이다. 이렇게 초기에 투자를 해놓고 시설을 갖추어야 농사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덜컥 덤비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를 늘리고 난 후가 더 문제이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날짜는 꼬박꼬박 돌아오지만 정작 농사는 1년 단위로 돈이 들어온다.

시설을 지었으니 어떤 작물이든 집약적인 노동이 들어가는 것은 필수이다. 외부에서 사람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을 끝낼 수 없다. 그렇다고 편하게 사람을 쓰면 내게 남는 것이 점점 없어진다. 1년 후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그럼 다시 규모를 늘리는 악순환에 접어든다. 점점 규모와 비즈니스만 남는 것이다. 혹은 인건비 지출을 좀 줄여보려고 직접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연령이 상대적으로 젊은 40~50대이거나 남보다 체력에 자신 있어 하는 분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는 경우인데 농사 초보가 체력만 믿고 덤볐다가 병원비만 더 들었다는 소리도 정말 귀가 따갑게 듣는다. 이런 사례가 남의 이야기 같지만 대다수 귀농인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이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은퇴세대들이 시설에 투자하는 선택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인생2막을 시골에서 준비 중인 사람들이 있다면 행복의 공식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소유를 늘려서 행복의 크기를 키울 것인가 욕구를 줄여서 행복을 키울 것인가를 말이다

행복의 공식에 맞는 귀농·귀촌을 위한 3가지 원칙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한 행복의 공식에 맞는 귀농ㆍ귀촌의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무엇인가를 소비하기 위해 더 벌어야 하는 삶에 대해 점검을 해보는 것이다. 과연 이것을 소비하기 위해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가령 건축비가 많이 들어간 별장 같은 집, 옵션이 가득 들어간 차 한 대, 자주 바꾼 비싼 스마트 폰 등, 평소의 소비 습관 하나하나를 점검하여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구를 먼저 비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줄어든 물질에 대한 소비 욕구를 자신의 경험(시간)과 문화에 투자하는 것이다. 물질 소비에서 경험과 정신의 소비로 바꾸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거나 지역의 문화를 배우거나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나만의 버킷리스트 하나쯤을 실행에 옮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동안 편하게 사서 쓰던 것을 하나씩 자급해 보는 것이다. 집을 새로 짓기보다 작은 시골집을 저렴하게 구입하여 직접 고치면서 살아보거나 창고 하나쯤은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먹을거리를 자급하는 것은 당연하고 직접 캔 산나물로 효소도 담가 보고 술도 직접 빚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급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돈을 벌어 소비하는 도시의 생활과는 멀어지고 진정 시골에서만 누려볼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가난하지만 당당하게’ 얼마 전 봉화에 사는 마음씨 좋은 분에게 들은 말이다. 비록 지금 내가 짓고 있는 농사가 남들과 비교하여 보잘 것 없다고 하지만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기에 당당하다는 표현일 것이다. 도시에서 매일 남이 가진 것과 내 것을 비교하며 살던 삶을 시골에서까지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지 싶다.

지금 이 순간 인생2막을 시골에서 준비 중인 사람들이 있다면 행복의 공식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소유를 늘려서 행복의 크기를 키울 것인가 욕구를 줄여서 행복을 키울 것인가를 말이다. 만약 후자를 선택한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비워가는 것을 연습하길 바란다. 삶의 전환에는 연습이 필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박호진·(사)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사무국장

http://all100plan.com/2018-winter-s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