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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황

무형투자가 가져 온 양극화

데이터 서버 구축, 소프트웨어 기술개발과 같은 무형투자 중심의 성장이 지속되면서아이디어와 지적재산권을 가진 국가와 단순히 원자재를 캐고 가공조립에 치중한 국가 간의 양극화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성장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은 수혜를 보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제 키워드는 늘 변화

세상은 늘 변한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도 그에 따라 변화한다. 농경사회의 경제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날씨였다. 가뭄이 들면 그해 농사를 망쳤고 생활수준은 급격히 나빠졌다. 농경사회를 살던 사람들의 지출은 대부분 농작물이 차지했고, 기술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농작물 생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것은 날씨였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의 사람들은 난방과 요리를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했고 그에 따라 석탄과 석유 가격이 중요한 경제변수가 됐다. 1970년대 석유파동이 나자 전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았던 것은 당시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석유 없이는 생활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어떨까? 전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을 보면 지난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이 드러난다. 주택투자와 자동차 소비보다 지적재산권 투자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기업들의 연구개발이나 데이터 서버 구축, 음원 스트리밍 등이 급성장한 결과다.  
경제구조의 변화는 우리 생활에서도 나타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20대 후반에 결혼해서 차를 사고 내 집을 장만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사람들이 집을 사면 그 안에 냉장고와 텔레비전을 채워 넣고, 기업은 매출이 늘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 판매가 늘면 투자와 고용 확대가 뒤따르는 순환 과정이 이어졌다. 이때 사람들의 주택 구입이 과다하게 이뤄지면 경제에 과열이 발생하고 그 과열이 꺼지면서 경기가 하강했다. 이러한 경기 과열과 붕괴가 극심하게 나타난 결과가 10년 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주택과 자동차가 경제를 설명하는 중요성이 낮아졌다. 흔히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전세계 자동차 판매가 앞으로 늘어나기 어렵다고 보는 근거로 밀레니얼 세대가 이전 세대와 취향이 다르다는 점이 지목되곤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재미있는 현상이 있는데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운전면허 보유율 하락이다. 
20년 전에 미국 20대의 운전면허 보유율은 97%에 달했지만 지금은 86%로 낮아졌다. 운전면허 보유율이 떨어진 것을 보면 이들 세대가 자동차를 사지 않고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자동차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력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들 세대는 자동차나 집을 사는 것보다는 IT기기나 유튜브 검색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미국의 GDP 대비 지적재산권 투자 비중이 주택 투자 비중보다 높아진 것도 그 결과로 해석된다.

굴뚝산업과 아이디어에 기반한 산업 간의 양극화

이렇게 경제구조가 바뀌면 경기순환을 설명하는 변수도 변한다. 거시경제 상황을 살펴볼 때, 많이 참고하는 지표로 제조업 출하가 꼽힌다. 이는 공장에서 도매상으로 물건이 팔려나가는 것을 파악하는 것으로, 제조업체 매출과 유사하다. 2015년 미국의 제조업 출하금액은 전년대비 6.2% 감소했다. 이는 1959년 통계작성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그런데 2015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2.9%를 기록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제조업 경기는 부진했지만 다른 산업 부문은 호황을 보였다는 얘기가 된다. 
단순하게 보자면, 당시 유가 급락으로 텍사스에 있는 원유 채굴업자는 고생을 했지만 캘리포니아에 있는 IT 연구원은 데이터 센터 증설로 야근까지 하며 연봉을 높였다. 굴뚝산업이 힘들어도 이것이 경제 전체로 보면 별로 티가 나지 않았던 셈이다. 산업간 양극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산업 간 양극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리적인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성장이 두드러진 산업은 소프트웨어 투자, 데이터베이스 개발, 저작권 확보를 비롯한 무형투자다. 그런데 이런 무형투자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앤리코 모리테의 <직업의 지리학>이란 책을 보면, 미국에서 등록되는 특허출원 건수 가운데 50%는 캘리포니아, 워싱턴, 텍사스, 뉴욕 네 개 주에 집중된다고 한다. 1980년대만 해도 이들 지역이 미국 특허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였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 간의 아이디어 교류를 통해 창출되는 무형투자는 대학교와 연구소, 기업체가 모여 있고 사람들이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여건에서 효과가 극대화된다. 
결국 아이디어 싸움을 핵심으로 하는 무형투자 위주의 성장이 진행될 때 지리적인 양극화가 심화된다.

미국 주가가 상승해도 신흥국 주가는 부진한 현상

이 문제는 단순하게 미국 내에서의 지리적 양극화로 끝나지 않는다. 무형투자 위주로 성장이 일어나면 서로 간에 교류할 것이 많지 않다. 중요한 아이디어 센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남겨 두고, 이 아이디어를 구현할 제품을 단순 조립하는 기지 정도만 베트남에 짓는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중심부가 가져가고, 부가가치가 낮은 것만 주변부에 남게 된다. 그래서 무형투자 위주의 성장이 일어날 때, 핵심 아이디어를 갖지 못한 신흥국은 선진국을 따라잡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런 성장을 지향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미국에 비하면 뒤쳐지지만 중국도 무형투자 위주의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IT 소프트웨어 투자는 25% 늘었다. 중국이 예전처럼 철도, 도로를 짓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연구원을 유치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 여기에 필요한 철광석, 구리를 공급하는 신흥국이 같이 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산업 간 양극화, 연구소가 밀집된 도심과 변두리 간의 양극화를 넘어서서 이제는 아이디어를 가진 국가와 원료를 캐내고 단순가공조립을 하는 국가 간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무형투자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나스닥 지수가 상승한 것과 달리, 구리나 철광석 가격이 부진한 현상도 결국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시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안기태·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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