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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황

불평등의 시대, 무엇이 바뀔까

코로나19 이후 고용이 줄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선진국과 중국은 각각 구형 인프라 투자와
신형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

코로나19는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의 삶을 바꿨다. 그 중 하나가 아이들의 학습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지다 보니 사교육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은 아이들과 이전보다 더 많은 학원에 다니고 온라인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심해질 전망이다.
이미 경제통계에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의 실업률은 4%지만, 고등학교 졸업자의 실업률은 10%를 넘는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실업률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득 불평등에 따른 정치적 개입

소득 불평등은 민감한 이슈다. 역사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면 정치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들이 나왔다. 자본주의 역사가 긴 미국의 경험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정책이 있었다.
첫째, 대공황을 겪은 1930년대에 미국 정부는 세율 인상으로 소득분배 개선에 나섰다. 1930년에 25%였던 미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1940년에 81%로 올랐다. 해당 기간에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세율 인상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때는 경제 회복이 매우 더뎠다.
둘째,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에는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용이 늘고 소득분배가 개선되었다. 이때도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세금을 올렸는데, 차이점은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1956년에 미국의 전국을 연결하는 주간(州間)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됐다. 그 결과,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경제성장도 빠르고 소득불평등도 완화되는 ‘자본주의 황금기’를 경험했다.
셋째, 1990년대에는 금융규제 완화가 있었다. 1990년대가 되면 미국 기업의 공장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중국으로의 제조업 생산라인 이전이 빨라지면서, 미국은 ‘고용 없는 성장’을 경험했다. 공장 자동화와 세계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기에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집을 사는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었다. 대출을 비롯한 금융규제가 완화되고 기준금리가 낮아졌다. 그 결과, 자가 보유율은 높아졌지만 부실대출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했다. 결정적으로 이 기간에 소득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세율 인상과 인프라 투자 확대

소득분배를 위한 정책 후보는 세율 인상, 인프라 투자, 대출규제 완화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대출을 비롯한 은행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은행규제 완화 이후의 부작용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율 인상은 가능성이 높다. 미국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35%에서 21%로 내린 법인세율을 28%로 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소득양극화가 쟁점화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세율 인상이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인프라 투자다. 미국의 경우, 민주당이 1.5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도로, 철도, 항만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이 주류를 이룬다. 중국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흔히 5G나 데이터센터, 산업인터넷망을 신형 인프라 투자로 표현하는데 이와 관련된 투자금액을 내년에는 올해보다 20%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도 청년실업 문제가 몇 년간 누적돼 왔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신형 인프라 투자에서 찾고 있다. 10년 전에는 구형 인프라 투자(도로, 철도)를 통해 고용 창출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달라진 모습이다.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질 전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율 인상에 중점을 둔 1930년대에는 대부분 산업의 이익이 늘어나지 못했다. 구형 인프라 투자를 늘린 1950년대에는 자동차, 전기, 화학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규제를 완화한 1990년대에는 은행, 부동산 산업이 성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심해진 지금, 미국과 유럽은 구형 인프라 투자를, 중국은 신형 인프라 투자를 늘려서 고용을 창출하려고 한다.
일자리를 늘려야 양극화를 줄이고, 이것이 정권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계획일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민간 주도로 미국의 신형 인프라 투자 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이 해당된다. 지금은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늘리려 하고 있다. 국가별로 내용에 차이가 있는데 선진국은 구형 인프라 투자에, 중국은 신형 인프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의 성장이 주목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http://all100plan.com/2020-autumn-g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