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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사람들 앞에 서면 왠지 떨리는 당신

낯선 사람, 새로운 장소, 서운한 상황을 유독 못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섣부른 조언’이 아니라 ‘충분한 공감’이다. 그들에게 말해주자. 낯선 사람 앞에 서면 누구나 어색하고, 새로운 장소에 가면 누구나 긴장되고, 서운한 상황이 되면 누구나 화가 난다고.

수연 씨는 자신이 대인 관계를 못해서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직장 동료나 상사가 한 말이나 행동이 서운하거나 불편하면 자신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회사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며칠 전부터 하루종일 발표에 대한 걱정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발표할때 혹시라도 자신이 떠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면 얼마나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까 하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한다. 발표할 날이 되어 사람들 앞에 서면 손발이 떨리고 숨을 쉴 수가 없어 죽을 것 같은 급작스런 공포를 자주 경험하기도 한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혹 친구들이 수연 씨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말하거나, 수연 씨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지 않고 조언만 하거나, 수연 씨에게 비판적인 말만 하고 챙겨주지 않으면, 그날 집에 돌아온 수연 씨는 너무 우울하다. 수연 씨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잘못했기에 친구들이 그렇게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잘못을 찾는다. 회사 일로 워크숍을 가거나 출장으로 낯선 사람들을 만나 동행하게 되면 어색하고 수줍어서 말을 못하는 자신을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대인 관계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안 좋게 생각할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한다. 

발표할 생각만 해도 숨이 턱…사회불안장애

수연 씨가 경험하는 현상들은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 혹은 남들에게 세밀히 관찰되는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거나 불안한 증상을 보이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두려운 상황에 노출되면 거의 예외 없이 지나친 공포나 불안을 경험하고 상황을 피하려 한다. 혹 상황을 피하지 못하게 되면 강한 공포나 불안 속에서 힘겹게 견딘다. 이런 증상이 보통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직업적 영역,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유의미한 고통이나 장애를 초래한다.
가족치료의 창시자인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에 의하면 불안은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불안은 급성불안과 만성불안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불안은 실제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위협이 사라지면 불안도 사라지며 사람들은 대부분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 만성불안은 실제 위협보다 상상 위협에 대한 반응이자 미래에 관한 막연한 불안으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며 사람들은 대부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사회불안장애는 급성불안이 아니라 만성불안에 속한다. 만성불안은 오랫동안 위협에 노출되었으나 적절한 보호나 돌봄을 받지 못할 때 생긴다.
수연 씨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고 직업 특성상 여러 곳을 옮겨 다녔다. 수연 씨는 새로운 곳에서, 때로는 다른 언어권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항상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했다. 낯선 곳에서 경험하는 어색함과 소외감,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편함, 오해로 인한 억울함과 속상함 같은 적응상의 어려움을 많이 경험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빴기에 어린 수연 씨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학교 때 수연 씨는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친구들과 선배들이 자기를 은근히 따돌리는 것을 경험하였고, 이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 부모님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수연 씨는 공부를 잘 하고 자기 일도 스스로 잘 해내는 아이였다. 그래서 수연씨 부모님은 딸이 겪는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수연씨가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그 상황을 해결 하도록 도와주기보다는 수연 씨가 좀 더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고 환경에 적응하기만을 조언했다.
이렇듯 오랜 유년 시절 동안 새로운 사람과 장소에 적응하는 것을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감당해낸 수연 씨에게 대학 중반 때부터 사회불안장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발표할 순서가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발표할 때는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쿵쿵 뛰었으며, 사람들이 자신의 그런 상태를 알아볼까 봐 수치스러워 머리가 하얘지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공황발작(panic attack)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낯섦에 대한 공감’이 먼저다

새로운 사람이나 장소에 가면 누구나 긴장이 되고 어색하고 불편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우리가 먼저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이러한 조언은 실은 ‘낯섦에 대한 공감’ 이후에 주어져야 한다. 어색함, 불편함, 쑥스러움은 나쁘거나 열등한 감정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중립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을 가진 스스로를 ‘대인 관계를 못하는 열등한 사람’ 또는 ‘느끼지 말아야 할 감정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앞에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공감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누구나 떨린다. 듣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들이 낯선 사람들일수록, 발표가 자신에게 중요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발표를 할 때 무조건 떨리면 안 된다고 믿는다. 떨리는 자신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자신이 수치스럽다.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배려받지 못하면 누구나 서운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대인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을 무조건 자기 책임으로 가져간다.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된 행동을 했기에 상대방이 자신을 서운하게 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회불안장애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그들이 경험하는 어색함, 부끄러움, 떨림, 쑥스러움, 낯섦, 서운함, 불편함에 대해 ‘섣부른 조언’이 아니라 ‘충분한 공감’을 제공해줘야 한다. 그리고 대인 관계에서 어떤 어려움을 경험하든, 어떤 실패를 하든, 항상 그 사람 편임을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누군가 이 세상에 내 편이 하나라도 있으면 우리는 세상을 훨씬 덜 무섭게 느낀다. 

한영혜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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