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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간병대국의 신(新) 블루오션 “마지막 집을 찾아라”

늙어 병들었는데 집에서 생활하기 어렵다면? 더구나 돌봐줄 가족도 없다면? 그래서 일본에선 간병사업이 급성장세다. 피할 수 없는 유병노후(有病老後), 일본 사회를 통해 미리 전망해보자.

예고된 대간병 사회의 시작

간병은 고령사회의 숙명이다. 늙으면 아플 수밖에 없는 데다 수명까지 길어지니 유병노후의 충격은 상당하다. 예외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고령사회=간병수요’의 등식이 그래서 완성된다. 물론 시장이나 기업으로선 탐낼 만한 거대수요다. 저성장 고민에 빠진 정부로서도 매력적인 정책 대상이다. 재정의존적인 복지 지출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간병시장은 급성장세다. 폭증하는 간병수요가 공급체계를 다양화·세분화 한다. 급증하는 잠재수요를 감안하면 당연지사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1947~49년생)는 곧 75세 문턱에 들어선다. 75세부터 유병비율은 급증하게 마련이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갭은 ‘노후=환자’를 뜻한다.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75세 진입이 딱 10년 남았다. 1955년생이 올해 65세에 들어섰으니 2030년이면 이들 선두세대부터 75세가 된다. 연 100만명의 출생자(1970~71년생)가 포함된 실질적인 광의의 베이비붐 세대(1955~75년생)도 갈수록 늙어간다. 총1,700만명에 달한다. 예고된 ‘대간병 사회’의 시작이다. 

고령사회의 성장산업, 간병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28.4%의 초고령사회답게 간병이 핫이슈다. 늙어 병들었는데 집에서 생활하기 어렵다면 방법은 간병서비스의 활용뿐이다. 돌봐줄 동거가족이 없다면 더 그렇다. 이때 ‘마지막 집’으로서 간병시설이 떠오른다. 문제는 ‘어디를 어떻게 고를 것이냐’다. 수많은 시설 중 맞춤형 최적지를 고르는건 어렵다. 골랐어도 기대와 다르다면 갈등이 커진다. 돈은 돈대로 쓰고 맘은 맘대로 다쳐 인생 최후를 불행히 맞을 수 있다.
이렇듯 문제는 미스매칭이다. 간병을 둘러싼 수급 불일치, 특히 간병수요자의 체감적인 미스매칭은 상당하다. 여기에는 간병의 ‘자기책임화’도 한몫했다. 재정악화로 세금·복지의 일괄 개혁에 나선 일본 정부가 간병정책의 방점을 ‘시설→재가’로 옮긴 게 컸다. 확대 중인 ‘지역포괄 케어시스템’도 고부담의 시설간병에서 저부담의 재택간병으로 돌리기 위함이다. 간병 탓에 퇴직한 사람만 연 1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원하는 시설은 별로 없고 비용마저 부담되니 방법이 없다.
특히 간병인의 부족이 심각하다. 환자는 넘쳐나는데 돌봐줄 직원 부족은 일상다반사다. 법으로 규정한 직원 규모를 갖추지 않고 운영하는 사례도 적잖다. 인재 부족은 간병직 해외근로자의 유입장벽까지 낮췄다. 2025년 간병직원이 38만여 명이나 부족할 것이란 정부 예측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 직원 부족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 탓이다. 간병 직원의 89%가 인원 부족을, 43%는 초과근무의 괴로움을 호소한다(2018년, 간병노동안정센터).
그러니 서비스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뽑아도 정규직보다는 저임금의 단기직·비정규직 위주라 전문성은 떨어진다. 그만그만한 곳이면 차라리 집에서 돌보는 게 낫기에 노노간병(노인이 된 자식이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돌보는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싼 게 비지떡인 건 간병시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품질이 낮으니 간병보다 통제가 먼저고, 이 때문에 생기는 사건사고는 반복된다. 신체학대부터 입주자를 볼모로 한 부정청구 등 수익 극대화에 치중한 시설 운영은 여전하다. 

최후의 집, 건강할 때 미리 찾자

수요가 많으니 시설은 증가세다. 최근엔 초저가 유료노인홈까지 가세한다. 입소보증금만 수천만 엔대로 ‘부자시설’이란 이미지가 강했던 과거보다 선택지가 넓어졌다. 보증금이 몇 달치 월 이용료로 갈음되기도 한다. 그래도 미스매칭은 여전하다. 서비스나 계약 내용의 불완전 설명이 그렇다. 불필요한 서비스로 환자의 상태와 간병방침이 마찰을 빚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처방이나 통원만으로 충분한데 의사가 상주하는 시설에 입주시켜 일상생활을 막아 도리어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필요 이상의 거액이 요구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프기 전에 신중히 골라보려는 예비 수요가 많다. 건강할 때 최후의 집을 찾자는 의도다. 기존의 특별요양노인홈, 유료노인홈, 간병노인보건시설 등에 더해 2011년 서비스부가 고령자주택이 공급되면서부터다. 2006년 총량 규제 후 입소 대기가 늘자 규제에서 비켜선 전용 임대주택도 가세했다. 후자일수록 액티브 시니어(활동적 장년)의 마지막 집과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닥칠지 모를 간병수요는 단계별로 대처한다. 의사가 상주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관련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한다. 가령 액티브 시니어가 타깃인 ‘스마트 커뮤니티 이나게(稲毛)’는 주목받는 모범 사례다. 일본판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은퇴자 주거단지)의 선행 모델답게 분양 맨션을 단지화해 생활과 간병을 일체화했다.
한편에선 간병시설의 폐업도 심각하다. 직원 부족이 압도적인 원인인 가운데 경쟁 격화도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2019년 상반기 도산 건수만 55건으로, 간병보험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도쿄상공리서치). 80%는 근로자 1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자다. 선행 투자는 했지만 환자나 직원 모집에 난항을 겪은 결과다. 그만그만한 간병보수도 악재다. 2015년 마이너스(-2.27%) 개정 이후 도산이 늘었고, 2018년 0.54%, 2019년 10월 0.39%를 올렸지만 기대치엔 못 미친다. 인건비 인상 압박도 문제다. 경기가 다소 좋아지자 간병 취업보다 나은 일자리가 늘어 인재 유출이 많다.
현실은 안타깝다. 대부분 수요자는 간병 이슈가 발생한 후 당황하며 시설을 찾는다. 적당한 곳을 고를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으니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그래서 환자와 시설을 연결해 주는 매칭사업이 부각된다. 미스매칭을 중계해 최적의 카드를 제안하는 식이다.
‘유료노인홈 입주지원센터(사)’는 1,300여 간병시설을 독자 기준으로 전수 조사해 평가·소개한다(안단테구락부). 시설로부터 비용을 받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엄밀한 잣대를 적용한다. 희망자의 조건과 생활방식에 맞게끔 최적 후보가 나올 때까지 제안한다. 건강부터 치매까지 5단계로 나눠 상태별·희망별로 후보지를 탐색한다. 지역·가족·예산 등도 검토 대상이다. 견학부터 입주 지원과 이후 관리까지 도맡는다. 

전영수·한양대학교 교수

http://all100plan.com/2020-autumn-yeo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