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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황

초원이 아름다운 몽골, 경제까지 좋아지려면

보호무역주의와 탈세계화가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와 하루라도 빨리 선진국의 제조업 기술을 열심히 배워야 하는 몽골 같은 나라의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국제정치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여름휴가는 몽골인 친구의 초대를 받아 울란바토르에 다녀 왔다. 
몽골은 손님이 오면 극진히 대접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병원을 운영하는 몽골인 친구는 일주일 동안 병원 문을 닫고 우리 식구를 직접 차에 태워 몽골 일주를 시켜 주었다. 초원에서의 밤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 
몽골에서 본 모습 가운데 안타까운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울란바토르의 대기오염이다. 초원의 밤 공기는 사이다처럼 맑지만, 자동차 매연과 화력발전소 연기 때문에 울란바토르 도심의 공기는 매캐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세 가지가 꼽혔다. 첫째, 몽골은 자동차를 만드는 자국 기업이 없다. 그래서 주로 일본의 중고차를 수입해서 쓰는데 노후차량이다 보니 아무래도 매연이 많이 나온다. 둘째, 원유가 나긴 하지만 충분치 않을 뿐더러 내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배로 수입해 오기도 어렵다. 그래서 난방발전을 석탄에 의존하는데, 화력발전소가 도심에 있었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대기오염이 더욱 심해진다. 셋째, 울란바토르는 구소련의 도움을 받아 지은 계획도시인데 당초 최대 70만명이 살 것으로 생각하고 지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인구는 두 배 가까이 된다.

개발도상국의 취약한 제조업 기반

몽골 경제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 
옷이나 신발 등 간단한 제품은 만들겠지만, 반도체나 자동차, 선박을 만들지는 못한다. 만약 우리나라도 공업화를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 비싼 값에 일본 차를 수입해서 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싼 신형차를 사기 어렵다면, 중고차량을 싼 값에 들여와 타고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됐건 이렇게 되면 귀한 달러를 계속 다른 나라에 지불해야 한다. 생활의 불편함도 뒤따른다. 울란바토르는 당초 도시계획을 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교통 혼잡이 극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하철이 없다. 이는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자카르타에 사는 사람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왕복 4~5시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지하철은 올해 봄에야 개통됐다. 지하철 개통이 늦어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체적인 기술력이 부족해서 지연된 탓도 있을 것이다. 
반면, 몽골의 서비스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었다. 이마트는 울란바토르에만 세 개 점포가 들어섰으며 골목마다 CU편의점이 곧잘 보였다. 외국계 상업자본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에게야 좋은 일이지만 여기에도 명암이 있다. 지금도 울란바토르에는 구멍가게가 많이 있다. 문자 그대로 이름 없는 가게들인데, 골목마다 한 개씩 점포를 두고 과자와 아이스크림 몇 가지를 판다. 그런데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들어오면 이런 골목가게 주인들은 생업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나타난 현상인데, 미국에는 아마존 효과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아마존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클릭해서 배달시키다 보니, 마트 계산대 직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몽골도 마찬가지로 유통 서비스 산업의 변화를 겪고 있다. 지금은 구멍가게에서 마트로 넘어가는 단계지만, 현재 속도라면 곧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산업이 변할 것이다. 
요약하면, 몽골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제조업 경쟁력은 아직 낮은데 서비스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서비스업의 구조변화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제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경제구조가 마련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제조업 경쟁력이 국가의 운명을 바꾼다

몽골은 광물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구리는 세계 3위의 생산국이고, 빠른 속도로 생산이 늘고 있다.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몽골 외에도 많은 나라들이 잠재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를 현실화시킨 나라는 한국, 대만, 중국, 스페인 등 얼마 되지 않는다(스페인은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유럽의 후진국이었다). 이런 나라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세계화가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키운 데 있다.
로버트 볼드윈 교수는 그의 저서 <그레이트 컨버전스>에서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워진 단계다. 관세율이 낮아지고,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선이 도입되면서 1960년대 이후 세계화가 빠르게 진전됐다. ‘한강의 기적’이 시작된 시점이기도 하다. 2단계는 지식의 이동이 자유로워진 단계다.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미국에 있는 기업은 중국에 공장을 짓고 설계도면을 이메일로 보내면 현지 노동자들은 도면을 보고 물건을 만들었다. 선진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면서 세계화가 극에 달했다. 이때가 중국과 여러 개발도상국이 부상한 시기다. 개발도상국의 기술자들은 어깨 너머라도 선진국 기업들의 공정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덕분에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졌다. 돌이켜 보면 이때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3단계는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단계다. 이는 단순히 이민이나 해외취업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에 사는 연구원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온전히 몽골 초원에 사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서울 본사 직원이 화상회의만으로 창원 공장 실무자와 충분히 의사 소통을 하지는 못한다. 
언젠가는 올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1단계 자유화인 관세 인하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2단계 자유화인 지식의 이동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내세워 규제하고 있다. 3단계는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자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되고 그들의 지식이 공유돼야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데 그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1단계와 2단계를 놓친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애석한 일이다.

탈세계화가 다시 세계화로 되돌아오길

한국은 지금까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컨테이너선이 운행되고 관세가 인하된 1960년대에는 물류비가 급격하게 낮아져서 동아시아 끝에 있는 한국도 미국과 유럽에 물건을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이 높아졌다. 중국에 많은 공장이 들어선 1990년대~2000년대에는 중국인들이 공장을 짓고 도로를 닦는 데 필요한 상품들을 우리가 많이 수출했다.

그런데 미중 무역분쟁에서 보다시피, 지금은 관세가 오르지만 않아도 다행인 세상이 됐다.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또는 선진국의 기술을 부지런히 배워야 하는 몽골이 안정된 경제를 꾸려나가려면 다시 한번 세계화가 확산돼야 하는데, 요즘 상황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도 우호적이지 못하다. 2016년 브렉시트,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와 탈세계화로 접어들어가는 국제 정치상황이 원래 상황으로 되돌려지길 기원해 본다. 

안기태·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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