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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외도 그리고 당신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채우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서 그 허전함을 채워주면 사랑받는 느낌이 들고 그 사람이 좋아진다. 그 사람이 나의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이라면? 그게 바로 외도다.

오랜 망설임 끝에 상담실을 찾은 철수 씨는 온화한 얼굴에 부드러운 목소리, 깔끔한 옷차림을 한 중년의 회사원이다. 철수는 요사이 한 여자에게 마음이 간다. 아침에 다니는 영어 학원에서 만난 같은 반 학생이다. 안면만 트고 지내던 그 여자가 어느 날 먼저 다가와 철수가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며 차 한잔 하고 싶다고 했다. 철수는 밝고 적극적이며 애교 있는 그 여자가 좋았다. 
이후 영어 학원이 끝나면 철수는 그 여자와 애기도 나누고 차도 마셨다. 그 여자는 때때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맛있는 차와 빵을 대접하기도 했다. 철수는 그 여자를 보면 마음이 설레고, 그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 질투가 났다. 철수는 부인을 두고 외도하는 것 같은 자기 마음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그 여자에 대한 마음을 접기가 어려웠다. 부끄러운 마음에 상담실에 오는 것도 망설여졌다. 
서울신문과 엠브레인(EMBRAIN)이 2015년 한국의 기혼자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외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모두 484명(24%)으로 나타났다. 여자보다 남자가, 수입이 적은 사람보다 수입이 많은 사람이, 연령은 40~50대가 불륜 경험률이 높았다. 월 소득이 700만 원 이상이면 52%가 외도를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017년 외도로 이혼을 선택한 부부는 약 7,500쌍으로 보고된다. 그렇다면 외도를 하는 심리적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고소득자 절반이 ‘불륜 남녀’…외도는 왜?

부모가 바빠서, 무관심해서, 아니면 무지해서 어린 자녀의 필요를 채워주지 않으면 자녀는 그 책임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내가 똑똑하지 않아서, 내가 성격이 모나서, 내가 공부를 못해서 부모님이 나의 필요를 채워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철수도 그랬다. 철수는 어린 시절 장사와 농사로 바쁜 부모님 밑에서 외롭게 자랐다. 철수는 그 책임을 자기에게 돌렸다.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해서 외로운 것이라 생각하고 자랐다. 더구나 철수는 선천적으로 내향적이었고, 이런 천성이 철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철수는 밝고 적극적이고 애교가 많은, 흔히 말하는 ‘여우 같은’ 여자가 좋았다. 아내가 딱 그랬다. 그러나 지금 아내는 아이 셋을 키우느라 철수에게 관심을 쏟기 어렵고, 철수는 이런 아내에게 서운하고 화가 났지만 표현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아내가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아 더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런 철수에게 그 여자가 다가온 것이다. 먼저 관심을 보이고, 칭찬을 해주고, 차와 빵으로 맞아줬다. 철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철수가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유는, 자신이 방치한 필요(need)를 그 여자가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도를 하지 않으려면 자기 필요에 관심을 기울이고 스스로 채워줘야 한다. 어린 시절, 철수는 부모에게 따뜻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철수에게 ‘따뜻한 관심’이란 먼저 다가와 칭찬해주고, 기초적인 욕구-이를 테면 아침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이다. 철수가 외도를 하지 않으려면 이 같은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이 채워주기를 바라면 타인에 의지하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존재가 된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의 필요를 소중히 여기고 먼저 다가와서 채워주면 사랑받는 느낌이 들고 그 사람이 좋아진다. 그 사람이 이성이면 외도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머리로는 외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도 마음이 쏠리기에 제어하기 힘들다. 
자신의 필요를 남이 채워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린아이의 태도다. 
어른은 자기 필요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필요를 채우는 데 돈, 시간, 에너지를 들인다. 철수의 경우, 아내가 자녀 때문에 바빠서 아침을 굶게 되면 스스로 돈을 내고 따뜻한 차와 맛있는 빵을 사 먹으면 된다. 
철수는 그럴 돈은 있지만 ‘따뜻하게 챙기기’라는 자신의 필요를 소중히 여기지 않기에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쓰지 않고, 영어 학원의 그 여자가 차와 빵을 사주어야 먹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철수가 자기 자신에게 먼저 다가가 스스로 멋있다고 칭찬하며 자신의 기초적인 필요에 관심을 기울이고 채워준다면, 철수의 삶은 그 여자가 없어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나 자신’을 사랑해야

미국의 테드(TED,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강연회에서 트레이시 맥런(Tracy McMillan)은 “당신이 정말 결혼해야 할 사람은 당신 자신”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유>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사랑하고, 돈이 있으나 없으나 항상 사랑하고, 건강하거나 아파도 항상 사랑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어도 변치 않고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맥런은 매춘부인 어머니, 마약상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아이 때 버려졌다. 배우자에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움에 떨며 살았고, 3번 결혼하고 3번 이혼했다. 그러면서 맥런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떠나지 않고 버리지 않는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나를 사랑해줄 여자 또는 남자를 찾아 헤맨다. 외도는 이렇듯 우리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과’ 결혼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제 그 남자 또는 그 여자가 채워주기를 기대하는 당신의 필요를 당신 자신이 스스로 채우라. 당신에게는 그 여자 또는 그 남자가 해주는 것을 스스로 해줄 만한 충분한 돈, 시간, 에너지가 있다.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아까워하지 말고, 당신의 필요를 존중하라. 

한영혜·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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