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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냐 보험이냐… 고독사 대응 전략

새로운 인연을 찾아 나선다, 불필요한 가재도구는 과감히 줄인다, 사후 당부를 기록으로 남긴다, 필요하다면 고독사 보험에 가입한다…. 세계 최고령 사회 일본이 고독사에 대처하는 방법이자 머잖아 우리 사회에서도 목도하게 될 풍경이다.

요즘 일본에선 고령 결혼이 화제다. 인생 후반전 최후(?)의 사랑을 위한 결혼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결혼 사례도 잇따른다. 최근 결혼한 78세의 전 프로야구 선수 왕정치가 대표적이다. 실제 2000년대부터 50세 이상의 결혼 건수가 늘었다. 고령자 입주시설에서 맺은 황혼 인연도 적잖다. 시니어가 새 파트너를 찾는 ‘시니어 혼인활동’도 인기다. 중매 서비스와 파티도 곳곳에서 성황이다. 그 속내는 홀로 죽음을 맞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연결된다. 고독사에 대한 불안감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홀로 살아온 ‘평생 비혼자’뿐 아니라, 황혼 이혼이 염려되거나 자녀 봉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누구나가 잠재 대상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유비무환, 준비가 최고다. 고독사 대응 전략의 마지노선은 4050세대다. 결국 현역 때부터 준비할 수밖에 없다. 각종 미디어도 고독사로부터 벗어나려는 중장년의 생존 기술을 보도하며 경각심을 환기시킨다. 

살아서 외롭고 죽어서 민폐…이를 벗어나려면

이 같은 고독사 대응 전략은 이른바 ‘죽음 준비’를 뜻하는 슈카츠(終活, 종활)에 속한다. 슈카츠는 시장 규모 10조 엔대로 급성장한 산업답게 장례·묘지, 의료·간병은 물론 유언·상속의 재산 정리와 가족·친구와의 관계 설정까지 아우른다. 2011년에는 영화 ‘엔딩 노트’가 화제를 모으며 출판업까지 가세했다. 중년이라면 엔딩 노트(죽음에 대비해 자신의 희망을 적는 노트) 한두 권쯤은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일 만큼 죽음 준비 활동이 안착된 분위기다. 사고사·돌연사가 잦아졌기에 황망한 최후를 대비해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관련 정보를 적어두자는 판단에서다. 전문 자격증(슈카츠라이프케어플래너)까지 나왔다. 
고독사 방지를 위한 대비책 중 돋보이는 것이 ‘느슨한 가족’이다. 가족 기능을 대체해줄 타인과의 관계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한 이들이 멤버로 구성된다. 
이들은 일상적인 안부 확인이나 교류를 통해 안면을 익히며 유대감을 강화한다. 서로 비슷한 처지이니 동질감도 크고,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최종적으로는 근처에 살거나 함께 거주하는 대안까지 거론된다. 늙어갈수록 건강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도움을 청하는 일도 잦아진다는 점에서 근거(近居)나 동거(同居)를 통해 심리적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앞서도 말했듯, 고독사 걱정은 평생 비혼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배우자나 자녀가 있음에도 고독사를 염려하는 2060세대 비중이 57%에 달한다. 가족이 없는 독신자의 응답 비율(63%)과 큰 차이가 없다. 성별로는 현역 여성의 불안감이 압도적으로 높다.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긴 데다 유대성·관계성을 중시하기에 체감 불안감이 더 높아서다. 경제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고독사는 절박한 현실 문제다. 적잖은 간병시설에서 지불 보증인이 없는 독거 신청자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미리 간병비며 의료비를 챙겨놓지 않으면 고독사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일부는 자택 인근의 고령자 전용 셰어하우스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관계성을 다진다. 고독사에 대한 걱정은 ‘외롭게 죽고 싶지 않다’는 호소로 시작해서, 대부분은 ‘사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바람으로 마무리된다. 
민폐를 줄이자면 대응 전략을 세워둬야 한다. 가령 사후 법적 절차의 골칫거리가 서류나 재산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이를 처분하는 방식을 미리 정리해두는 식이다. 시중의 엔딩 노트처럼 바로 죽음을 연상시키는 방식보다, 일상 정리처럼 손쉽고 부담이 적은 형태의 기록물도 권유된다. 가족과 나눈 대화를 인터뷰 기사처럼 엮어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불필요한 가재도구를 줄이는 집안 정리도 인기다. 대형 평수의 집을 허물고 소형 공간으로 바꾸거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최대한 덜어내는 방식이다. 아사히신문 기자에서 작가로 변신, 큰 화제를 모은 <퇴사하겠습니다>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처럼 무소유를 실천하는 이도 생겨났다. 그녀가 세운 ‘동네가 우리 집’ 계획처럼, 집에 모든 가재도구를 갖추고 사는 대신 밥은 동네 식당에서 해결하고 책은 북카페에서 읽는 식으로 최대한 소유를 하지 않는 경우다. 이렇게 집 밖에서 생활하면 자연스레 이웃과 연결 기회가 늘어나므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도 높아진다. 
고독사 문제 해결에 나선 조직도 늘고 있다. 신원 보증이나 안부 확인을 해주는 사업 모델이 활황이다. 다양한 비영리기관(NPO)도 고독사를 중대한 사회문제로 인식, 지역사회와 연계해 대응 체계를 제공한다. 의사표현이 불가능할 때 평소 희망하던 의료 및 간병 형태를 대신해 알려주는 메신저 역할이 대표적이다. 의외로 서비스 신청자의 태반이 현역 세대다. 60세 이하의 고독사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는 통계(2016년)가 이를 대변한다. 극히 드문 사례지만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 등의 관련 단체에 등록해 ‘최후의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죽음 의식하니 ‘인생의 의미’ 새록새록

수요는 공급을 낳는다는 점에서 고독사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일부 보험회사는 ‘고독사보험’을 내놓아 화제다. 주택 임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인데, 실제 고독사망자 1명당 처리 및 원상복귀 비용이 평균 60만 엔대 전후일 정도라 문의가 잇따른다. 
고독사 발생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건설 수요도 증가세다. 반면 고독사를 염려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도 나왔다. 집주인이 집을 빌려줄 때 이 보험 계약을 조건으로 거는 경우도 증가세다. 고독사 발생 후 시신 처리를 도맡는 특수 청소업도 나날이 성장한다. 평균수명의 연장 속에 ‘평생 비혼’도 급증한다는 점에서 고독사 관련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고독사를 포함한 죽음 준비는 역설적이게 살아 있음을 재검토하는 기회도 된다. 죽음을 의식하니 ‘어떻게 살지’가 떠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이 점에서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현역 세대의 고독사 대응 준비는 삶을 재조명하는 절호의 찬스다. 현역이기에 시간을 역산해 재무 계획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데다 가족관계도 더 돈독하게 다질 수 있고,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빡빡한 일상을 재구성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새삼 되찾는 기대 이상의 효과라고나 할까. 

전수·한양대학교 교수

http://all100plan.com/2020-newyear-yeo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