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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왜 자녀를 사랑하면서 화를 낼까요?

부모는 때로 자녀에게 화를 낸다. 누구보다 잘되기를 바라고 그래서 바른 길을 일러주는데, 기대만큼 안 따라주니 답답하고 불안한 것이다. 하지만 그 불안의 바닥에는 자녀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가 있다. 못다 이룬 그 꿈은 자녀가 아니라 부모 자신의 꿈이다.

영수 씨는 성공한 회사원이다. 그가 상담실을 찾은 이유는 아들을 훈육할 때 윽박지르고 때로는 때려서 상담을 권유 받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모들이 자녀를 훈육할 때 화를 내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녀를 사랑해서이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성공해서 행복하기를 바라서이고, 자녀가 좋은 식습관을 가져서 건강하기를 바라서이고, 자녀가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서이고, 자녀가 좋은 생활습관과 언어습관을 길러서 사회생활을 잘하고 존경을 받기를 바라서이며, 형제간 사이좋게 지내고 서로 도우면서 행복해지기를 바라서이다. 

훈육이라는 이름의 학대, 왜?

영수 씨가 아들에게 행한 윽박지르고 때리는 행동은 아동학대에 해당된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보호자인 부모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아동복지법 제5조 제2호)”. 이전에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훈육할 때 자녀의 옷을 벗기고 집 앞에 세워두기도 하였다. 지금 이러한 행동은 아동학대로 신고 대상이 된다.
많은 부모들은 화를 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기에 다음부터는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자녀를 훈육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다시 자녀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보게 되면 자녀를 비난하면서 또다시 화를 내게 되고, 심하면 폭력도 행사한다. 부모가 자녀를 바르게 훈육하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화를 내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화를 내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힘들었던 성장기 경험으로 인해 생긴 불안 때문이다. 영수 씨는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난해서 배고팠고, 가난해서 무시를 당하면서 서러움을 많이 받고 자랐다. 가난했던 영수 씨는 열심히 공부를 했고 결국에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 승진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었다.
영수 씨는 자녀들을 열심히 가르쳤다. 자녀들이 학업 후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어린 시절 자기처럼 가난해서 서러움을 당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기대만큼 아들이 공부를 안 하거나 못하는 것 같으면 영수씨는 그런 아들이 답답해 한 번씩 욱하고 터졌고 결국 매를 들게 된 것이었다.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자기처럼 가난해져서 서러움을 경험하게 될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나의 불안과 죄책감을 자녀에게 투사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가진 불안의 밑에는 부모의 죄책감이 자리잡고 있다. 영수 씨는 아들이 공부를 못해서 가난하게 되면 이는 부모인 자신의 잘못이고 책임이라고 믿고 있었다. 불안은 투사(projection)를 만들어낸다. 투사란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쏘아서 그 사람도 자신처럼 느끼고 생각한다고 믿는 심리적 현상이다.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투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성장하면서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이 자기와 다름을 알게 되고, 자기의 투사를 수정하면서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경험을 통한 생각의 수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기처럼 생각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것이다. 영수 씨처럼 불안이 높은 부모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강해 다른 사람의 다름을 잘 생각하지 못한다. 영수 씨는 아들이 자신처럼 공부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공부 외에 다른 재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아이인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영수 씨는 아들이 공부를 안 하면 성공하지 못하고 가난해질 것이며 그러면 자기처럼 배고프고 서러움을 당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아들이 공부를 안 하면 공부를 하라고 채근하고 윽박지르고 심지어는 매를 들기도 했던 것이다. 혹시나 후에 아들이 가난해져서 서러움을 당하면 부모인 자신의 책임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경숙 씨는 공부는 잘했지만 가난해서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 경숙 씨는 출근길에 중학교 때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는 것을 보면 친구들이 부럽고 고등학교에 못 간 자신이 부끄러워서 골목길에 숨어 몰래 바라보곤 했었다.
결혼해 두 딸의 어머니가 된 경숙 씨는 자기 딸들에게 화가 났다. 공부할 환경이 좋은데 공부를 안 하는 딸들이 너무 이상해서였다. 경숙 씨는 공부할 환경만 받쳐주었으면 자신도 공장에 다니지 않고 공부해 대학에도 가고 지금처럼 주부가 아니라 전문 직업을 가진 여성이 되어 꿈을 펼치면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부하지 않는 딸들을 보면 후에 전문인이 되지 못할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 꿈은 내가 펼치자

자녀에게 화를 내는 부모라면 자신이 왜 화를 내는지, 자녀가 아니라 자기와 관련해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자녀가 자기 기대만큼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자녀에게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폭력까지 사용한다면 이는 부모 자신의 잃어버린 꿈과 죄책감 때문이다. 부모가 이를 깨달아야 화가 다스려지고 자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경숙 씨는 상담 후 사이버대학교에 등록해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고 이제는 졸업반이 되었다. 경숙 씨는 이제야 자녀들을 자기와 분리해 독립된 존재들로 보게 되었고, 자녀들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뜨였다. 

한영혜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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