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시황
악재로 돌아온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
부양비를 줄이려고 시작한 1978년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이 이제는 고령화, 출생성비 왜곡, 농촌 출신 아이들의 학력 저하 문제로 되돌아오고 있다.
중국이 직면한 인구 문제

누구나 살다 보면, 지금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 선택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잘못된 길이었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한 나라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수십년간 호평을 받은 정책도 시간이 지나면 최악의 결정으로 평가받을 때가 있다. 인구정책이 대표적이다. 1978년 중국은 경제개발을 시작하면서 산하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부양 부담을 줄이려고 시작한 정책이었기에 당시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당시의 결정으로 인해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 중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빨리 늙어 버렸다. 1980~1990년대에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 30대 청년도 없단 얘기가 된다. 이런 고령화가 일본과 한국은 1인당 GDP가 10,000달러를 넘긴 후에 시작됐지만 중국은 5,000달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됐다. 둘째, 출생 성비가 극도로 왜곡되었다. 세계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중국의 출생 성비는 117명이었다. 최근 통계인 2019년 수치도 112명이다. 출생 성비는 여자아이가 100명 태어날 때 남자아이가 몇명 태어나는지를 나타내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대략 105명 안팎이다. 아이를 한명만 낳게 규제하면서 낙태를 비롯한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출생 성비 왜곡은 30년 이상 지속됐다. 중국의 젊은 남자들이 짝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셋째, 경제개발 40년 과정에서 생이별을 한 부모와 자식이 많았다. 서부 내륙 지역에 살던 농민들은 동부 연안 지역으로 떠나 공장에서 일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한 농민의 자녀는 상해와 같은 대도시에서 호적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서부 내륙 지역에 남아 학교에 다녀야 했다. 대도시에서 인구 포화를 막기 위해 호적 등록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당연히 손자를 사랑으로 보살폈겠지만 아무래도 부모만큼 학교 공부까지 신경을 써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은 원래부터 도시에 살던 아이들과 학업 격차가 벌어졌을 것이다. 어린 날의 학업 격차는 사회초년생의 소득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 양극화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규제로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 정부
시간이 지나 2021년이 된 지금, 중국은 1978년 산아제한 정책이 낳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마음은 급하지만 단번에 해결되기 어렵다. 산하 제한을 폐지했지만, 지금처럼 높은 사교육비와 의료비가 지속되면 대다수 중국인들은 아이를 더 낳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감안해 중국 정부는 사교육 산업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게임 산업에도 철퇴를 가하고 있다. 어쩌면 십대 시절에 대도시 중산층 아이들과 달리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지금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게임을 즐기는 20대 청년들을 중국 정부가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본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걱정돼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걸 인식한 중국 정부가 사교육이나 게임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까지 포함해 양육과 관련된 산업을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 업체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학원비나 의료비, 약값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40년간 이뤄낸 성취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도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중국의 모습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중국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칠 때 특정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해서 그것이 성공을 거두면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오늘날의 성과를 이뤄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급함이 강하게 보인다. 중국 금융시장에 투자를 할 때에는 중국 정부가 무리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산업에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글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http://all100plan.com/2021-autumn-g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