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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덩치 커진 시니어 고객 ‘눈맞춤 위한 혁신실험’

인구 변화가 본격화됐다. 저출산은 고착되고, 고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한 그간의 성장모델은 종언을 고할 처지다. 놀라운 기술 진보에 충격의 팬데믹까지 겹친 복합 압력은 새로운 승자를 가려낼 달라진 게임원칙을 종용한다.

뉴노멀 시대에서 돋보이는 신소비 주력 인구는 시니어 집단이다. 베이비부머를 필두로 큰 덩치에 구매력까지 탄탄해 강력한 잠재고객으로 부각된다. 특히 일본은 1947~1949년생인 베이비부머가 70대 중반에 도달하면서 본격적인 시니어 시장을 열어젖혔다. 사업타당성을 위한 실험단계를 넘어 구체화된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니어 고객의 확보 경쟁이 뜨거운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화상·문자가 크고 손쉬운 조작 △충실한 지원체계 △조작매뉴얼·초심자용 앱 탑재 △사기방지 등 높은 보안성 등이 기본 기능이다. 최근엔 위치정보 등을 활용해 평상시와 다른 패턴을 보일 때 경고하는 기능까지 넣는다.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의 표준모델(라쿠라쿠스마트폰 me F-01)을 보유한 도코모는 청력 약화를 반영해 소리는 키우고 속도는 늦췄다. 또한 시니어를 위한 필수 기능을 탑재하고, 초보자를 위한 편리성을 높였다. 소프트뱅크는 인터넷 연결 등 기본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화로 해결해주는 기능이 차별적이다. 
이 밖에도 시니어 고객의 달라진 생활패턴과 소비지향에 맞춘 실험이 한창이다. 일단은 기존 라인업에 시니어 친화적인 배려 콘셉트를 적용하는 게 보통이다. 파나소닉의 ‘J콘셉트’가 대표적이다. 고령고객만을 위한 신제품은 아니고 기존 제품의 약점 개선형 혁신이 많다. 청소기·전기자전거는 가볍게, LED 조명은 밝게, 세탁기는 넓고 얕게, 냉장고는 야채·생선 수납을 중간에, 전자레인지는 다양한 레시피를 적용하게끔 악력·근력·시력·자각 등의 취약지점을 개선시킨 형태다.

생활계좌 공유 서비스

죠호쿠신용금고(城北信用金庫)는 2020년 ‘생활계좌공유서비스’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상속 이슈 등 시니어 고객에 특화된 브랜드(유이·結) 강화 차원이다. 생활계좌공유서비스는 계약자 예금을 가족(대리인)이 현금카드로 자유롭게 인출하도록 했다. 봉양가족이 고령고객의 계좌를 사용하여 생활유지를 위한 비용지출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복되는 이체·정산 수고를 없앴을 뿐 아니라 상속 등 미래 이슈까지 아우르도록 설계됐다. 이 상품은 신체 약화와 치매 불안을 느끼는 고객의 불편·불안감은 덜어주고, 가족이 고령고객을 손쉽게 돌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조는 단순하다. 계약 당사자의 예금계좌를 전용계좌로 설정한 후 매월 정액을 자동 불입한다. 가족은 대리인 카드로 언제든 편리하게 입출금할 수 있다. 입출금 정보는 지정방식으로 모두에게 통지해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보유잔고는 100만엔이 상한이다. 이체한도는 50만엔까지다. 계약자·대리인은 재산관리위임계약·임의후견계약을 맺고 공정증서를 작성한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절차 없이 계약자가 치매에 걸려도 대리인이 계속해서 재산을 관리한다. 서비스 수수료는 매월 550엔이다. 구매대행은 물론 의료비용 등 지출 갈등과 분담 분쟁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기정리 파일

문구·사무용품 메이커 ‘킹짐’은 저출산화(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화(사무공간 변화)에 맞서고자 시니어를 타겟고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제1탄으로 2020년 시니어 브랜드 ‘아레마(arema)’를 내걸고 2개의 신규제품을 출시했다. 효자상품이던 종이서류 묶음파일이 환경 변화로 수요 감소에 내몰리자 신상품 개발은 물론 M&A까지 서두르며 영역 확대와 사업 도전에 나섰지만 쉽잖은 상황에 봉착해서다. 결국 시니어 시장만이 자사의 밸류체인을 활용하는 현실적인 성과 도출로 요약됐다. 향후 5년 안에 아레마로 10억엔의 시장 창출을 선언했다. 65~75세의 액티브시니어를 핵심고객으로 삼고 문구·사무용품 메이커다운 발상을 제품에 녹여내겠다는 포부다. 
마케팅 포인트는 틈새 해소다. 노화에 따른 불안·불편에의 주목이다. 이를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어주는 도구로 문구제품을 위치시킨다는 전략인데 포켓파일·프리박스 2권을 세트로 한 ‘자기정리파일’은 이러한 배경으로 탄생했다. 통장·진찰권·계약서 등 각종 서류를 수납하는 포켓파일과 도장·열쇠 등 소중한 소형 물품을 보관하는 프리박스가 4,800엔에 팔린다. 통장과 도장을 나눠 보관해 불안감을 낮췄다. 앞서 선보인 ‘가정의료상자’의 성공 경험도 자기정리파일 출시에 한몫했다. 보험증·진찰권·체온계·처방약 등 의료 관련 물품을 하나의 보관함에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아이디어였다.

노인 특화교류 공간

교육업체인 ECC는 특화 서비스로 2020년 'ECC시니어'를 오픈했다. 즐겁게 배우며 교류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코스는 2가지다. ‘어른을 위한 영어회화코스’와 ‘어른을 위한 두뇌트레이닝코스’다. 영어회화코스는 여행영어·취미대화·잡학·전통문화 등 다양성을 충분히 넓힌 교재(책·CD 등)로 생생한 실전성을 강조한다. 두뇌 활성화를 위한 트레이닝코스는 여행을 테마로 다양한 도시공간의 퀴즈와 칼럼을 수록해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 밖에도 계산·한자·퍼즐 등 어른에 특화된 문제를 여러 수강생과 공유함으로써 교류기회를 넓혀준다. 
특화공간형 BM도 있다. 늙을수록 교류기회가 줄어드는 고령인구를 위해서다. 34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일본 최대 시니어 커뮤니티 사이트인 ‘취미인구락부’를 운영하는 오스탄스의 행보가 그렇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생활 증가를 반영해 온라인에 특화된 고령 공간에 집중한다. 교류에 대한 갈망은 연령 불문 공통적이다. 
팬데믹 이후 취미인구락부의 커뮤니케이션 수준(투고 및 코멘트 건수)도 20% 늘었다. 줌(ZOOM) 등 채널을 타고 들어올 고객 증가는 당연한 일이다. 여행·골프 등 취미를 함께 나눌 방만 개설되면 무제한 접속된다. 비용도 무료라 파생기회까지 기대된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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