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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황

2020년과 다른 2021년 경제전망

2020년에는 유동성이 급증한 대신 실물경기가 나빴다.
2021년에는 반대로 유동성의 힘이 약해지고, 실물경기가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

2020년 늘어난 유동성은 자산 시장에 유입

코로나19 이후의 경제를 단순화하면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는데 이 돈이 자산 시장에만 머물고 정작 실물경제에 돌아가지 않았다’로 표현할 수 있다.
우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의미를 살펴보자. 풀려 있는 돈의 규모를 파악할 때는 흔히 M2라고 불리는 통화량 지표를 많이 쓴다. 코로나19 이전에 미국의 M2는 매년 5% 정도 늘었지만, 지금 속도라면 2020년 M2 증가율은 20%로 예상된다. 지난 50년 동안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시중에 풀린 돈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는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인데, 중앙은행은 증권 매입을 통해 통화공급을 조절한다. 전 세계의 중앙은행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연방준비제도가 사들인 증권의 잔액은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4조 달러였지만, 3개월 만에 7조 달러로 늘었다.
중앙은행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경제는 더욱 심각한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가 얼어붙어 자동차 업체가 승용차를 팔지 못하면 그 하청업체에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하고 은행들은 아무에게도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위기 국면에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필수적인 조치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순식간에 사람들이 외부 출입을 끊고, 일자리가 사라지다 보니 아무리 많은 유동성을 공급해도 실물경제에 돈이 돌아가는 회전율은 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동률을 낮추고 판매단가를 낮춰서라도 회사를 유지해야 했다. 골목의 상점들이 폐업하고 할인행사에 들어간 것도 이를 반영한다.
이런 와중에도 호황을 누린 산업이 있다. 비대면이라 불리는 부문이다. 사람들이 집 안에서 휴대폰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와 관련된 기업의 매출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침체 와중에도 비대면 관련 사업은 장사가 잘 되었고 시중에 풀려나간 유동성은 이러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되었다. 요약하면, 코로나19 이후 실물경제는 나빴지만 돈이 많이 풀리고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비대면 활동과 관련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풀려난 돈은 이들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되었다.

2021년에는 실물경기가 개선될 전망

그런데 이 상황이 바뀔 것 같다. 2021년에 유동성의 힘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유동성 규모를 사실상 지휘하는 미국연방준비제도가 보유한 증권 규모는 2021년 말에 8조 달러 안팎의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연준의 보유 증권 증가율은 2020년 75%에서 2021년에는 15%로 떨어지게 된다.
반면 실물경기는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 일상생활로 조금씩 돌아가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주(州)마다 사회적 개방 수준이 다른데, 2020년 8월만 하더라도 경제개방 조치를 취하는 지역의 GDP 비중은 40%였지만 11월에는 60%로 높아졌다. 그래서 10월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와중에도 가급적 경제개방 조치를 취한 것이다.
사람들이 점차 일상으로 돌아가면 여기에 필요한 물건들의 판매도 늘 것이다. 빠르면 2021년 여름에는 서서히 해외여행 계획이 늘어날 텐데 이렇게 되면 항공유 소비도 늘고, 자동차 타이어도 교체할 것이다. 미국인이 여행을 많이 다니는 5~8월을 드라이빙 시즌이라고 하는데, 2020년 드라이빙 시즌 자동차 주행거리는 2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처럼 극도로 위축된 분위기가 바뀌면 실물경기 회복이 가능하다.

실물경기 회복에 수혜를 볼 기업에 주목해야

이미 2020년 여름부터 전 세계적으로 소비는 최악에서 벗어나 조금씩 늘고 있다.
여행을 못 간 사람들이 그 돈으로 중고차를 사거나 인덕션을 교체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런데 여기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생산활동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다.
공산품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생산기지가 함께 움직이면서 완성되는데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로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했기 때문에 가동률을 높이지 못했다. 대신 주문이 들어오면 창고에 남아 있는 재고 제품을 판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 생산활동이 빠르게 재개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라인이 회복되면 우리나라 수출도 개선될 수 있다.
그렇다면 2021년 경제의 모습은 2020년과 반대에 가까울 것이다. 유동성의 힘과 비대면 수혜는 약해지고 반대로 실물경기는 개선될 것이다. 주식투자자 입장이라면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다. 2020년에는 기업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유동성에 힘입어 많은 종목의 주가가 올랐는데 앞으로는 실물경기 회복과 함께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을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http://all100plan.com/2021-newyear-g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