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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생 현역 꿈꾸며 오늘도 새롭게 “도전!”

지나간 것, 높은 곳만 바라보면 본인만 상처받고 힘들어요.
마음을 비우고 현실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행복과 건강의 비결 아닐까요?

‘개그계의 대부’ 임하룡(68). 그의 명함은 여러 가지다. 본업인 개그는 기본이고,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뮤지컬 배우로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TV와 웹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활약 중이고, 바를 운영하며 무대에 다양한 가수들의 소규모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요즘 공들이고 있는 직업은 ‘화가’다. 2018년에 처음 붓을 들기 시작해 개인전을 2차례나 열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해온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개그맨은 아이디어를 짜고 사물을 비틀어 보는 것이 일인데, 그림을 그릴 때도 이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직접 패션 코디를 했던 것도 배색에 도움이 되고요. 그동안 했던 직업들이 밑거름이 되고 있어요.” 
임하룡에게 그림은 곧 마음의 치유였다. 올 초에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님을 몇 년간 간호하며 그의 마음을 위로해준 것이 그림이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방송 활동을 6개월간 하지 못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림은 혼자 아이디어를 짜고 백지에서 기획을 하니까 그게 참 좋더라고요.”

코미디언에서 배우로, 다시 화가로

그렇게 어릴 적 꿈이었던 화가에 도전한 임하룡. 그런데 그의 그림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한결같이 ‘눈동자’가 등장한다는 것. 눈동자는 사물과 교감하는 장치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시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 날 길을 걷는데 나무가 얼핏 나를 쳐다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뭇가지 사이로 눈동자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무뿌리와 나뭇잎에도 눈동자를 한두 개 그려 넣었는데, 희로애락이 표현되고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았어요. 연예인은 늘 남의 시선을 받고 살기 마련인데, 시선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너무 많이 받으면 부담스럽지만, 또 너무 없으면 속상하기도 하단 말이야.”
그는 오는 1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 ‘피카프로젝트’에서 팝 아티스트 한상윤과 함께 ‘임하룡과 한상윤의 그림 파티’라는 제목의 미술 전시회를 연다. 걸그룹 ‘카라’ 출신의 박규리가 전시 기획을 맡아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박)규리가 워낙 열심히 한다. 누군가와 같이 전시를 한다는 게 비교될 수도 있어서 부담이 됐는데, 규리가 그림이 좋으니 걱정 마시라며 용기를 주더라”라고 말했다.
함께 전시하는 한상윤은 부와 복을 상징하는 ‘행복한 돼지’를 소재로 밝고 화사한 색채로 그리는 작가다.
임하룡은 눈동자에 머물지 않고 아라비아 숫자로 다양한 직업군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한글을 형상화한 그림들로 ‘한글전’을 열고 싶은 소망도 있다. “그림을 통해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요. 한글이 그림으로 형상화됐을 때도 참 멋지거든요. 외국에 미술로 한글을 알린다면 참 좋지 않겠어요?”
개그맨답게 그림 제목 하나에도 해학이 넘쳐나 빙긋이 미소를 짓게 된다. 그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작품성도 좋아하지만, 그들이 행복을 느끼면 좋은 일”이라면서 “미술 작품으로 해학의 미와 긍정의 힘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일주일에 3~4일은 작업실에 틀어 박혀 있지만, 주로 공원 산책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한다. 운전을 따로 하지 않는 그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면서 생활 속에서 건강을 다진다.

친소 떠나 선후배 경조사 일일이 챙겨

임하룡의 부친은 농협 출신이다. 그는 “아버님이 단양농협 상무와 제천농협 전무를 지내셨다”면서 “이럴 적 고향에서 임 상무 아들로 불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재테크 점수는 5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강남 건물주’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고 손사래를 친다.
“원래 재테크는 저축상을 받을 정도로 저축 중심으로 해왔어요. 그러다가 아내에게 카페를 차려주려고 단독주택을 매입해 건물을 올리기는 했지만, 아직 갚을 대출금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일의 끈을 놓지 않게 되었네요. 아마 부를 많이 축적했으면 일을 놓아버렸을 것 같아요(웃음).”
임하룡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맥’이다. 현재 배우로 활동하며 가업을 잇고 있는 아들의 결혼식에 2,000명이 넘는 하객이 왔다는 사실은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일화다. 그는 친소 여부를 떠나 선후배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 가면 나중에 꼭 미안한 일이 생기더라고요. 귀찮더라도 마음이 편한 것이 나은 것 같아서 경조사 자리에는 빠지지 않는 편이에요. 가면 선후배들이 많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어울릴수도 있고, 동창회 가는 기분으로 가요. 대신 봉투가 좀 얇지만요(웃음).”
임하룡 인맥 관리의 제1원칙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뭘 해달라거나 어딜 와달라거나 하는 부탁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꼭 필요한 경우 정보만 주고 선택하게 해요. 호칭도 ‘선생님’보다는 형동생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그의 주변에는 늘 진로 상담을 하는 후배 개그맨이 많은 편이다. 특히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젊은 개그맨들의 고민이 더 늘었다.
“후배들이 요즘 섭외가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실 규모가 작더라도 코미디가 한 프로그램씩은 있어야 하는데, 방송 코미디에서 콩트 장르가 사라진 것이 안타깝고 섭섭하죠. 하지만 저는 개그가 사라진다고 보지는 않아요. 장르란 유행처럼 왔다가는 것이니까요. 한창 유행하던 시트콤이란 장르도 저물고 요즘은 예능이 활성화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없는 콩트만 마냥 기다리며 허송세월하지 말고 노래든 뮤지컬이든 유튜브든 부업이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열심히 하면서 기회를 모색하라고 이야기하죠.”

지금 가진 것에 집중할 것

이런 ‘뼈 있는’ 조언에는 그의 경험이 녹아 있다. 그 역시 40년 넘게 영화, 드라마, 뮤지컬 장르의 문을 두드렸다. 〈이웃사람〉 〈범죄의 재구성〉 〈웰컴 투 동막골〉 등의 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그는 지난해에도 MBC 드라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를 비롯해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KBS 예능프로그램 〈트롯 전국체전〉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 결실로 지난해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쑥스럽지만 훈장은 40년간 희극배우로 다양한 도전을 한 것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저라고 왜 좌절이 없었겠어요. 특히 지난해 〈풀몬티〉 이후 17년 만에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도전하면서 노래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히 컸죠.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노래 연습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임하룡이 하루하루를 활력 있게 살아가는 내면 관리법은 ‘마음을 비우고, 없는 것보다는 현재 가진 것에 집중하기’다. 그는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겸손하고 건강하게 살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저도 예전에 야간업소에서 DJ를 하면서 억지로 사람들을 웃기던 것이 힘들던 시절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감사해요. 지나간 것, 높은 곳만 바라보면 본인만 상처받고 힘들어요. 마음을 비우고 현실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행복과 건강의 비결 아닐까요?”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erin@seoul.co.kr)
사진 최지혜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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