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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집들이와 마을회비, 어떻게 할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실감하는 곳이 시골이다. 특히 외지인의 행동거지는 삽시간에 온 마을에 번져 그 사람의 평판이 된다. 이번에는 시골살이를 처음 시작한 귀촌인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이제 드디어 시골생활 시작이다. 이때 도시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들뜬 기분으로 집들이를 하는데 만약 그 시기가 농번기라면 눈총 받기 쉽다. 다들 농사일로 바쁜데 보란 듯이 파티를 열어 시끄럽게 굴면 좋게 볼 리 만무다. 내 집에서 내 맘대로도 못 하느냐며 볼멘소리가 먼저 나온다면 시골생활에 적합하지 않다. 또 초대받은 이들이 차를 주차할 때도 이웃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시골 사람들은 놀랄 정도로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잔다. 우리 마을만 해도 새벽 5시 전부터 사람들이 움직이고 밤 9시쯤이면 깜깜하다. 밤늦게까지 떠들썩하게 즐기면 수면 방해를 일으켜 원성을 산다. ‘설마’ 하겠지만 시골은 공기가 좋아 작은 소음도 온 마을에 울려퍼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지인들만 초대해 잔치할 생각이라면 미리 이장에게 알리고 가까이에 있는 이웃에도 알리는 게 좋다.

집들이는 이장과 상의하라

‘왕따’를 두려워하면서도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면 시골살이를 이어나가기 어렵다. 가까워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 하나가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집들이 겸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도 집에서 할지 마을회관에서 할지, 아니면 떡이나 간단한 기념품을 돌리면 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이장에게 물어 진행한다. 시골에서 이장의 영향력과 권위는 가볍지 않으므로 소소한 일도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간혹 과시하고픈 마음으로 전문 뷔페업체에 의뢰해 성대하게 잔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마을마다 풍습이 있으니 그에 맞게 이장의 안내에 따르도록 한다. 과도하게 넘치거나 부족해서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은 삼간다. 다만 형편이 어려우면 미리 상의해 그에 맞춰 해도 무방하다. 혹은 안면을 익힌 이웃이 있으면 넌지시 물어보라.
“우리 마을은 이런 풍습이 없다”고 해서 오히려 고민이 되었다면? 안면 있는 이웃에게도 물어보니까 “여태 그런 일이 없었으니 하지 않아도 된다” 한다면?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넘어가기 뭐해서 아파트에서 하던 대로 앞집과 양 옆집, 그리고 뒷집에만 떡을 돌리며 인사했다. 뭔가 숙제를 한 기분이 들어서 안심이 되었다.

마을회비는 나를 위한 비용이다

시골은 마을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사한 첫해에 회비 같은 걸 낸다. 서울내기들이 이 부분을 납득하지 못해 종종 마찰이 생긴다. 인터넷에도 그 비용이 부당하다고 호소하는 글이 꽤 있다. 이런 관습이 있음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과 사이가 틀어져서 곤혹스러워하는 사연도 널려 있다.
나는 귀촌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공부했기에 받아들였다. 시골에서 살려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막상 내 앞에 닥치자 나도 모르게 서울내기다운 본심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사 온 뒤에 이장이 보낸 입주비와 대동회비에 대한 안내 문자를 받았다. ‘입주비’라는 단어에 즉각적으로 거부반응이 왔다. 익숙한 아파트 입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입주비? 뭔 입주비?” 하다가…, “오마나!” 부끄러웠다. 불과 몇 달 전에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을 때 시골에 살려면 당연하다고 속으로 혀를 찼으면서…. ‘입주비 20만 원과 대동회비 5만 원’이라는 안내에 따라 25만 원을 송금했더니 며칠 뒤 “입주비를 낸 첫해는 매년 내는 대동회비를 내지 않는다”며 이장이 5만 원을 돌려주었다.
이 밖에도 좋은 뜻으로 혹은 과시하느라 몇 백만 원을 냈더니 청년회, 부녀회, 노인회, 새마을회 같은 여러 단체에서 우리도 달라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넌더리가 났다는 사연도 있다. 시골은 도시와 달라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이럴 때 마을회비가 필요하다. 이 마을회비는 대부분 마을을 위한 일에 쓰므로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비용이다.
아울러 시골에서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 특히 누군가를 향한 불만이나 비판, 뒷담화는 아예 거론하지 않는 게 좋다. 대도시는 익명이라 말이 퍼질 일이 드물지만 시골은 전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이라면 영등포 맛집에서 지인들과 어떤 사람을 성토한 이야기가 청량리에 사는 당사자에게 전달될 일이 없지만 시골은 다르다.
아무리 연고가 없어 보여도 한두 다리만 건너면 지연, 혈연,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 말하는 중에 특정인의 이름이나 지위, 특징이 드러나면 주위에 있던 누군가가 듣고 당사자에게 전달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 물론 본인의 잘못된 행동거지도 낱낱이 알려져 구설에 오를 수 있으니 매사 조심하도록 한다. 설마 하겠지만 사실이다. 

남이영 <귀촌에 투자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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