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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돌연 상속’의 충격 확산 느닷없는 부채의 공포

대(大) 상속 시대가 시작될 찰나다. 하지만 행운보다 갈등으로 비화될 확률이 크다. 혈연 중심의 상속 제도가 해체된 가족 관계와 달라진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탓이다.
실제 일본에선 ‘돌연 상속’이 뜨거운 문제로 떠올랐다. 무서운 속도로 늙고 있는 우리 사회,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리 사회는 무서운 속도로 초고령사회(만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로 치닫고 있다.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고령 인구로 편입했다. 이대로면 한국은 적게 태어나고 많이 죽는 ‘소산다사(少産多死)’ 사회로 접어든다. 인구 급감 속 다사사회의 출현은 낯설고 버거운 문제와의 충돌을 뜻한다. 일본은 이미 문제가 심각하다. 연금・복지 파탄과 함께 가족 해체, 간병 부담이 중첩된다. 압권은 다사사회의 대표적인 잠재 폭탄인 ‘상속’ 문제로 정리된다.

가족 관계의 해체가 터뜨린 ‘상속’ 폭탄

준비와 대응은 활발하다. 유언 대용 신탁을 비롯해 상속 갈등을 미리 제거하려는 시도가 많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예상을 빗나간 갈등부터 느닷없는 친척 상속까지 틈새가 상당하다. 일본 언론은 이를 ‘돌연 상속’이라고 부른다.
돌연 상속은 일본 사회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가족 해체가 일찌감치 진행된 사회답게, 어릴 적 이혼한 후 연이 끊긴 부모 혹은 소원해져 생사조차 모를 숙부모 등 일가친척이 사망했을 때 자주 발생한다. ‘플러스 재산 상속’이면 좋겠으나, 돌연 상속이란 표현처럼 ‘마이너스의 부채 승계’가 대부분이다. 자산 가치가 없는 부동산을 상속받거나 생각지도 못한 빚을 갚으라는 통지가 날아오면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상속 갈등은 가족관계의 해체가 유력 원인 중 하나다. 심화된 가족 분화가 상속 정보의 단절로 연결된 결과다. 부모 생존 때는 그나마 명절 등을 통해 형제 교류가 있지만, 사망 이후엔 그마저 소원해진다. 사촌끼리는 더 그렇다. 늘어난 이혼과 재혼도 상속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재혼 자녀의 상속 여부도 골칫거리다. 복잡해진 가족 유형 탓에 상속 갈등이 늘어나는 식이다. 혈연 중시적인 상속과 가족 다양화의 현실이 충돌해 생겨난 미스 매칭이다. 안타깝게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변제 금액마저 왕왕 발생한다. ‘NHK’가 최근 보도한 남성 사례를 보자. 어느 날 연고조차 없는 지자체가 1,775만엔의 연체 세금을 내라며 청구서류를 보냈다. 10년 넘게 연락이 없고 장례식조차 안 간 삼촌 명의였는데, 인지 이후엔 1억엔의 은행 채무까지 밝혀졌다. 삼촌의 배우자는 사망했고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했다. 그 다음 상속인인 부모와 형제도 사망한 터라 자연스레 형제의 자녀에게 상속권이 부여된 것이다.
늘어난 해외 이주도 문제다. 외국에 살던 한 여성은 친척 사망뒤 3년이 흐른 후 상속 여부를 알아 부채 변제 압박에 시달렸다. 다행히 특수성을 인정받아 상속을 포기했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의 비용 지출은 불가피했다. 실제 법률상 상속 포기 기한을 넘긴 시점에 상황을 인지해 재판까지 가는 사례는 증가세다.

늘어나는 상속 포기, 과연 정답일까

골칫거리는 채무만이 아니다. 빈번하게 갈등을 일으키는 상속대상은 자산 가치가 없는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이다. 부동산(不動産)이 부동산(負動産)이 된 셈이다. 가령 상속 순위자의 연이은 포기로 건물을 떠맡게 된 경우 보유세와 함께 유지관리비를 계속해 지출해야 한다.
빈집 방치 후 화재 등 문제가 발생하면 배상 등의 책임까지 부과된다. 헐어버리면 해체 비용이 들 뿐더러 대부분의 지방 건물은 잘 팔리지도 않는다. 더 심각한 건 떠맡은 부동산이 결국 자녀의 뒷덜미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하려면 비용을 얹어서라도 처리하는 수뿐이다.
물론 상속 포기라는 회피 카드가 있다. 상속인임을 안 후 3개월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상속받도록 했는데, 그 기간에 포기하면 된다. 또 처음부터 돌연 상속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법률상 상속 순위가 있다. 배우자, 자녀, 부모 등의 순서다. 그 다음이 방계인 형제자매다. 문제는 이때부터 커진다. 형제자매마저 사망한 경우 소원한 조카에게 상속권이 부여된다. 따라서 차순위에게 명확한 상속 포기 통보가 없다면 또 다른 친척 갈등을 유발한다. 범위는 넓다. 재산이나 부채뿐만 아니라 연체된 사회보험료는 물론 세금까지 상속 대상으로 잡힌다. 부동산이면 해당 공간에 있던 나무와 돌은 물론 기르던 반려동물도 떠안도록 규정된다. 게다가 상속을 포기하는 데도 돈이 든다. 대행 비용은 사례마다 다르나 건당 5만~15만엔까지 소요된다.
다사사회답게 상속 포기는 증가세다. 2019년 21만 건으로, 2008년보다 1.5배 늘었다. 당장 상속인인 사망자가 늘어난게 컸다. 2019년에만 136만명이 사망했다. 지가 하락도 영향을 미친다. 도쿄 등 3대 대도시는 올랐으나 지방 주거지역 공시지가는 2019년까지 26년 연속 하락세다. 상속 포기로 빈집은 늘었다. 2019년 850만 채로 전체 주택의 13.6%를 차지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사망자는 2030년 160만명까지 불어난다.

혼란 방치하면 사회가 비용 치러야

대응책은 있다. 한정 승인이 대표적이다. 전부 상속 혹은 전부 포기의 중간 단계다. 상속을 받되 유산보다 부채가 많으면 유산 금액만큼만 변제 책임이 주어진다. 빚잔치 후 남으면 상속받고, 부족해도 책임을 안 지는 방식이다. 단 이때는 모든 상속인의 동의가 필수다. 조건이 엄격한 데다 방법도 복잡해 이용자는 적다. 3개월 인지 여부도 폭넓게 적용되는 추세다. 먼 친척일수록 사망 인지 및 상속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어 다툼 소지가 적잖기 때문이다. 법원은 충분한 사정이 있다면 상속 포기를 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상속 포기를 위한 부채 확인은 늘어난다. 빚이란 게 잘 감춰진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또 상속 여부의 결정 없는 재산 처분은 경계된다. 섣부르게 망자 재산을 처분하면 그 자체가 상속인정으로 받아들여져 상속 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금성이 있는 물건이면 그대로 두는 게 최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 포기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개인은 끝나도 사회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상속 포기 부동산은 곧바로 국고 회수의 수순을 밟지는 않는다. 한동안 빈집인 채 방치되고, 경매에 부쳐져도 처분까지 유산 관리인의 고용비용은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빈집으로 놔두는 게 현실이다.
행정상으로는 최종적인 처리 비용은 지자체 몫이다. 사회 비용으로의 전가인 셈이다.
한국도 일본과 상황은 거의 일치한다. 다사사회의 개막이 눈앞이란 점에서 선제적인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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