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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시골생활을 포기하는 이유
외로움이나 이웃 간의 불화, 또는 왕따가 아니라도 뜻하지 않게 문제가 생겨 시골생활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진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도무지 적응할 수 없어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다.
시골에선 시골답게
시골에서 생활하는 일은 여행지에서 잠깐 머물며 느끼는 감흥과는 전혀 다르다. 일시적으로 자연에 파묻혀 지낸 즐거운 추억만으로 귀촌을 감행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우여곡절과 준비과정을 거쳐 귀촌한다. 그래도 막상 실제로 생활해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고 어찌할지 몰라 쩔쩔맨다. 귀촌한 뒤에는 도시와 다른 생활습관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편의시설이 부족함을 일찌감치 알고 각오를 다졌어도 실상에 들어가면 불편해서 못 견디겠다는 이들도 꽤 있다. 그래서 도시처럼 차를 몰고 먼 곳까지 대형마트를 찾는다거나 도시의 습관 그대로 시골에서도 생활하면 생활비가 더 많이 든다.
부족한 의료 시설
은퇴 뒤에 전원생활을 즐기려 귀촌했는데 뜻하지 않게 몸이 전과 달라졌을 때 당황한다. 건강할 때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병이 나 큰 병원까지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119를 부르는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생각만으로도 끔찍해 걱정이 앞선다. 이 생각에 빠지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된다. 그래서 귀촌한다고 하니까 다들 병원이 멀어서 안 된다고 말렸나보다. 이런 일이 벌써 벌어지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다고 한탄한다. 지금부터라도 운동을 해서 튼튼한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운동시설은 있는지, 또 만약의 사태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살펴둬야 걱정을 줄일 수 있다.
로드 킬과 벌레는 너무 끔찍해

시골은 삶과 죽음이 일상이라고 할 만큼 가깝다. 자연과 가까워 날마다 즐거운 한편 뉴스로만 보던 로드 킬을 심심찮게 마주한다. 개와 고양이, 고라니는 흔하고 더러 날짐승도 본다. 이럴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또 도축하기 위해 소나 돼지를 실은 축산용 차를 보는 일도 익숙한 광경이다. 이런 광경도 울적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뿐만이 아니라 산책길에 뱀도 마주친다. 간혹 들짐승이나 날짐승이 죽을 자리를 찾아 마당 한편에 자리를 잡는 일도 생긴다. 여기에 사시사철 온갖 곤충과 벌레는 단골이다. 듣도 보도못한 벌레를 보고 호기심이 생기기는커녕 기절할 정도로 소스라치는 타입이라면 귀촌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벌레는 마당에서만 기거하지 않는다. 집 안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잠자리까지 침투해 놀래기 일쑤다. 벌레가 무서워 귀촌하지 못한다는 이도 생각보다 많다.
봄가을 퇴비와 거름 냄새

시골은 봄과 가을에 퇴비를 뿌려 그 냄새로 시골임을 증명한다. 보통 시골냄새라고 할 만한 퇴비냄새는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수준이다. 그런데 간혹 일부 농가에서 동물 사체나 음식물쓰레기를 분뇨와 섞어서 덜 썩힌 상태로 살포하는 통에 악취가 진동한다. 이러면 일상생활은 커녕 숨쉬기도 힘들다. 신고를 하고 싶어도 이웃 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벌어질까 망설여진다. 혹여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으면 공연히 분란만 일으킨 원흉이 될까 염려가 된다. 무엇보다 냄새에 민감하면 그때마다 죽을 맛이고 잠시라도 견디기 힘들어진다.
아파트와 다른 개인주택, 모두 내 손으로

개인주택은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간다. 웬만한 수리는 직접 할 줄 알아야 그나마 견딜 수 있다. 아파트처럼 누군가 대신 해주는 경우는 하나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스스로해야 하므로 매우 힘들다. 수리를 하려 해도 도시보다 비용도 많이 들고, 또 믿을 만한 업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새집이 아닌 이상 소소하게 고쳐가며 살아야 하는데 손재주가 영 없으면 정말 힘들다. 사실 유리창 하나 갈아 끼우는 일도 전혀 간단하지 않고, 부엌 싱크대 수전 같은 것도 바꾸려면 직접 하지 않는 이상 애먹는다. 이외에도 시골집은 이상하리만치 여름엔 엄청 덥고 겨울엔 무지 춥다. 그렇다고 냉난방을 마음껏 설치할 형편도, 양껏 쓸 형편도 아니다. 특히 심야전기를 쓰는 집은 아파트처럼 난방을 하다가는 단열이 제대로 안 된 집이라 따뜻하지도 않고 난방비만 폭탄세례를 받기 일쑤다. 20여년 전만 해도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며 심야전기 보일러 설치를 유도했는데 이젠 전기료 폭탄으로 전락했다. 또 시골집은 대개 방범창이 없는 편이다. 아무리 도둑 없는 마을로 정평이 나 있어도 한밤중에 낯선 인기척을 느끼면 무섭다. CCTV도 없다면 몹시 불안하다. 이런 점이 시시때때로 스트레스가 된다면 시골이 아무리 좋아도 생활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와 색다른 삶의 방식이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글 남이영 〈귀촌에 투자하라〉 저자
http://all100plan.com/2021-summer-sak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