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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황
시장 예상보다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주력하면서 기준금리가 현재의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4% 이상까지 올릴 가능성

금융시장에는 컨센서스란 것이 있다. 이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생각하는 가격 전망을 뜻한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8월 중순 현재, 미국 국채시장 투자자들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3.5%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각하면 현실은 그와 다르게 움직일 때가 종종 있다. 전반적인 생각과 달리, 미국 기준금리는 4% 이상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꽤 높다. 첫째, 은행 간에 거래되는 만기가 짧은 기준금리가 됐건, 만기가 10년 이상인 정부발행 채권이 됐건 세상의 금리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변수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가 과거에 금리를 인상할 때를 보면, 최종 금리 인상 수준은 언제나 그 당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그런데 내년 상반기에 미국 물가상승률은 4%를 넘길 것이다. 임대료와 임금 상승률이 이번 여름에도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동향, 부채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부채 문제가 크지 않다. 물론, 특정 계층에서의 부채 문제야 당연히 있겠지만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감소했다. 기업의 이익 대비 부채 비율도 과거 대비 낮은 편이다. 부채가 많다면 금리를 올리는 것이 부담스럽겠지만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 안정에만 집중하면 된다. 현재 금융시장의 컨센서스가 거의 10년간 지속된 저금리라는 틀에 갇혀서 금리 인상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도 미국을 따라가는 형국
현재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는 미국과 고민이 다르다는 데 있다. 미국은 부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주력해서 금리를 올리면 되지만, 다른 나라들은 10년간 부채가 늘었다. 따라서 금리를 올릴 경우에 원리금 상환 부담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동결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대부분 국가들에 달러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을 예로 들면, 2004~2006년이나 2015~2016년에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 반대로 금리를 내렸다. 그 당시에 한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역수지 흑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로 달러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에서 발생하는 달러 이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지금은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무역수지에서 달러가 들어오지 않게 되면, 혹시나 금리 차이 때문에 달러 유출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에 따른 내수경기 부진은 나중에 고민할 문제이고 일단은 자금 이탈에 따른 위기 발생부터 걱정할 단계에 놓인다. 따라서 한국은행도 미국을 따라 금리를 더 올릴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3%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컨센서스이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꽤 있다. 보통 과거의 경우를 보면,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면 기준금리가 오를 때 국채 금리가 하락할 경우가 종종 있지만 지금 금융시장의 컨센서스와 달리 아직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 같다.
글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http://all100plan.com/2022-autumn-g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