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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시골에서 밥벌이하기 2

지난 호에는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몸이 건강하다면 몸을 움직여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이나 경험, 또는 자신만의 재능을 앞세워 할 수 있는 밥벌이를 알아보도록 한다.

작가가 되는 길이 있다

자신이 경험한 일을 책으로 내는 것이다. 나만 해도 시골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고생한 경험담이 책으로 나와 난생처음 1,000만 원에 가까운 인세를 받았다. 그 뒤로 경험한 일을 책으로 낼 때마다 인세는 물론 여러 강연과 방송으로 수입이 생기고, 여기저기에서 청탁이 들어와 글 쓰며 사는 길이 열렸다. 그전에도 책을 낸 적은 있지만 대개 인세를 책으로 받았는데 뜻밖이었다.
2014년에 귀촌해서 2015년에 첫 책을 낸 뒤, 지금까지 책 쓰기와 글 쓰는 일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한 업종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책으로 출간하면 분명 필요로 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인생의 스승은 책이다. 그러니까 시골에서 뭐 먹고 살지 걱정하지 마라. 내용도 다양하다.
이 밖에도 번역가나 웹디자이너, 또 각종 예술가, 그중에서도 설치미술가처럼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시골이 정말 좋다. 굳이 복잡하고 비싼 임대료를 부담할 일이 없는 시골이야말로 천국이라 할 만하다.

마을 교사로 자신만의 특징을 살린다

교사자격증이 없어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어떤 분야든 수업을 개설할 수 있고 내용 또한 무궁하다. 목공이나 사진, 또는 여러 가지 만들기에 재주가 있는 분들은 도전해볼 만하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복숭아 과수원을 하면서 체험 교실을 운영한 경험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해 마을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 환경 살리기 운동을 하는 이도 마을 교사가 되어 활발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마을 교사는 지역사회와 학교가 연계해 서로의 자원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일상에서 배움을 모색하는 사업이다. 마을 교사가 되려는 이는 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하는 교사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해 자격을 얻는다. 지역의 초·중·고교에서 수업을 하는데, 여기에서 경력이 쌓이면 필요로 하는 학교가 늘어나 웬만한 직장인 부럽지 않을 정도로 수입을 늘려나갈 수 있다.

맥가이버로 사랑받자

각종 생활용품을 수리하는 재능이 있는 분은 블루오션을 잡을 기회다. 시골은 집마다 조금만 손보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많다. 고장 난 우산이나 농기구, 또 드라이버나 스패너로 조이기만 하면 쓸 수 있는 물건, 납땜이나 볼트와 너트만 바꿔줘도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작동원리나 구조를 몰라 집 안에 처박아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A/S를 부를 수 없는 가전제품이 선풍기와 온열기, 난방용품 등 즐비하다. 집마다 고장 난 선풍기가 한두 대씩은 있다. 우리 집도 고장 나서 쓰지 못하는 선풍기를 몇 대 갖고 있다. 물론 전파사가 있으면 좋은데 찾지 못하거나 없어서, 혹은 운 좋게 수리점을 찾았다고 해도 새로 사는 비용에 비해 고쳐 쓰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포기한다.
이럴 때 계획적으로 마을마다 수리하는 날을 정해두고 일정 비용을 정해서 수리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감이 아닐 수 없다.

집수리

시골에서는 집 고치는 일이 매우 힘들다. 아파트처럼 못 하나 치는 데 얼마라는 규정도 없어서 다들 손 놓고 산다. 특히 시골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다 보니 수도꼭지를 교체해야 한다거나, 하다못해 전구를 가는 일도 마땅치 않아 그냥 산다. 깨진 유리창 하나 교체하려 해도 수월치 않아 테이프를 붙이고 산다. 이처럼 가볍게 못 치는 일부터 일반적인 수리까지 주택은 온갖 것에 다 사람 손이 필요하다. 공사를 해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간단히 고쳐 써야 하는 집수리도 상당하다. 멍키스패너로 조여주기만 하면 되는 배관은 물론 양변기 부속품 교환같이 간단한 일도 모두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아파트에선 양변기가 고장 나면 관리실에서 다 고쳐주는데 시골에선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난감하다. 부속을 사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내버려두기 일쑤다. 이처럼 간단한 일도 마을 단위로 묶어 집마다 고칠 항목을 미리 이장한테 받아서 처리하면 편리하다. 합당한 값을 정해 일하면 서로 만족할 수 있고 일감이 넘쳐난다. 집수리에 관심이 있다면 집수리 코디네이터를 하는 것도 권해봄 직하다. 의욕이 있고, 집수리 팀까지 구성할 수 있다면 이참에 아예 전문적인 사업을 펼쳐볼 수도 있다. 우리 집만 해도 손볼 곳이 꽤 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거의 방치하고 산다. 이외에도 토지나 건물을 다듬어서 되파는 일도 해볼 만하다. 

남이영 《귀촌에 투자하라》 저자

http://all100plan.com/2022-autumn-sa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