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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청력 떨어지는 노인청 난청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노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성 난청 환자도 점점 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40% 정도가 노인성 난청을 앓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2025년이면 노인성 난청 환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꺼리지 말고 보청기 쓰자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청력 감소를 말한다. 청력 감소는 보통 30대부터 시작해 서서히 진행된다. 발생 연령과 진행 정도는 유전적 요인과 주위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 증상으로는 양쪽 귀의 고주파, 즉 높은음 쪽 청력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간혹 환자가 자신의 난청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탓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이 진행되면 대개는 전화 통화와 낯선 사람 혹은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가 불편해진다. 또 TV나 라디오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따라서 가족과의 대화가 줄어들어 소외감을 느끼거나, 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 환경을 피해 결국은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발표된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정상인과 비교해 경도의 난청에서는 치매 발병 위험이 2배, 중간 정도의 난청에서는 3배, 고도의 난청에서는 약 5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우울증 증상도 훨씬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노인성 난청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년 인구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위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발생한 노인성 난청은 약물 등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없다. 따라서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이, 노인성 난청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때에는 반드시 보청기를 착용해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나아가 치매나 우울증 같은 증상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보청기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보청기 착용을 꺼리곤 한다. 이러한 인식을 버리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귀 건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주변 사람과 대화가 힘들어지거나 서서히 격리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노인성 난청에 동반되는 이명 역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보청기 착용으로 이명 증상도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문의 상담 및 청력 검사 후 보청기 착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청각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노인성 난청이 많이 진행된 환자라면 건강보험에서 보청기 구입 비용을 일부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도 덜 수 있다.

난청 심하면 ‘인공와우 이식’ 수술 필요

보청기는 소리를 크게 증폭하는 기계다. 주변 소음이 많아도 자신이 듣고자 하는 소리를 좀 더 뚜렷하게 듣게 해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잔청, 즉 남은 청력이 있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잔청이 너무 부족한 경우, 즉 노인성 난청이 상당히 진행됐을 때에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어서 소리를 전달하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인공와우를 이식하게 되면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어음처리기’라는 장치를 통해 내부에 있는 인공와우 기계에 전달된다. 이 소리는 전기 신호로 바뀌어 청각 신경을 거쳐 뇌까지 도달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양쪽 귀 모두 70데시벨(㏈) 이상의 난청이 있으면 보청기로도 대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인공와우 수술이 필수적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건강보험이 입원과 수술에 필요한 비용의 많은 부분을 보조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만난 많은 환자들은 노령으로 인해 수술에 부담을 느끼거나 참고 살아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공와우 수술은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건강상의 다른 문제가 없다면 큰 위험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수술 후 언어 재활 치료를 열심히 하면 일상적인 대화나 전화 통화도 가능해진다.
이제는 ‘백세 시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대화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되묻는 일이 많아지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게 되는 등의 자각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필요에 따라 보청기 착용이나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고려하자. 그래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치매나 우울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난청을 이겨내길 바란다. 

송재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http://all100plan.com/2022-autumn-sak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