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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초고령 선제 키워드
– 요즘 어른들의 미들에지(Middle-Edge)
인구 변화는 신(新)질서를 낳는다. 예전 방식은 퇴색하며 신흥 체계로 재편된다.
한국은 그 고빗사위에 섰다. 초고령사회가 ‘곧’인 까닭이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

‘65세 이상/전체 인구=20%↑’를 뜻하는 초고령사회는 추계를 앞당겨 2~3년 후면 닿을 전망이다. 그만큼 초저출산이 분모 숫자를 폭감시킨 결과다. 초고령 거대 인구의 대량 발생은 시작됐다. 2021년 베이비부머의 선두그룹(1955년생)이 고령인구로 진입했다. 이후 20년간 1,700만 명이 고령기준(65세)을 넘기며 초고령을 향해 내달린다. 달라진 위기와 새로운 기회의 역학 속에서 관련 수급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초고령화사회, 일본의 대응방안
초고령화의 선행 국가는 일본이다. 초저출산은 한국이, 초고령화는 일본이 주도한다. 결국 한국이 둘 다 장악하겠지만, 당분간은 초고령화의 대응논리를 일본에서 찾는 게 맞다. 2021년 한일 양국의 고령화 비율은 각각 17%, 29%로 아직은 격차가 크다. 시장과 기업은 고민스럽다. MZ세대의 가치 변화만큼 초고령 고객의 표준 탈피도 구체적인 까닭이다. 눈앞에 다가선 초고령 키워드를 지배할 강력한 선제 장치로서 사업재편은 시간문제다. 덩치와 구매력을 보건대 선점효과는 자연스럽다. 2022년 상반기 임영웅이 스타시장 매출액 1위로 BTS를 제쳤다는 뉴스도 동일한 맥락이다. 일본의 떠오르는 키워드는 ‘요즘 어른’과 ‘미들에지’다. 빈곤·고립·질병으로 채색된 기존의 고령인구와 달라진 신흥 노년을 뜻하는 개념과 욕구다. 또 65세를 노년보다 중년으로 봐 포섭할 잠재 타깃을 중고령인구로 확대한다. 미래시장의 주력 고객을 ‘청년→중고령’으로 전환한 것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지만, 65세 이상은 넘쳐나니 시점 변화는 자연스럽다. 요즘 어른은 인구 절반을 웃도는 4060세대의 30년을 커버한다. MZ세대의 분석 의지만큼 요즘 어른의 달라진 마인드·트렌드를 챙겨보는 추세다.
요즘 어른을 향한 시장의 변화

미묘한 변화의 흐름은 시작됐다. 연령 마케팅의 거부가 그렇다. 달라진 요즘 어른은 ‘젊음’에 꽂힌다. 그들을 잡고자 20대의 히트상품임을 강조하는 현상까지 있다. 다운에이징(Down-Aging) 마케팅이다. 한편에선 현실 상황과도 타협한다.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구매하도록 티 나지 않게 배려하는 어른 채널에 감동 소비를 얹어낸다. ‘노인이 먹여살릴 미래시장’답게 요즘 어른을 세분화해 연령·소득·취향 별 핵심 욕구를 읽어낸 덕분이다. 가령 변화에 동반된 니즈를 포착하기 위해 중년 이후의 경제력(고용형태)과 소비지향(물건소비vs가치소비)으로 구분해 접근하는 식이다. 시장은 어른 시장의 공략대상을 일단 40대부터 50대로 집중한다. 성과는 있다. 소매 유통부터 인터넷 거래까지 매출 주역은 단연 중고령 고객으로 전환됐다. 50대와 20대만 비교하면 편의점은 물론 인터넷까지 역전됐다. 간판 상품의 입고·판매 전략도 수정된다. 안경·자동차·식품 등 업종을 불문하고 ‘요즘 어른’을 반영한 라인업으로 교체된다. 안경은 학생 위주의 근시 대응에서 노안 대비로 수정했고, 자동차도 남성 청년에서 여성 중고령으로 전환했다. 스포츠클럽도 청년에서 중고령 고객 중심으로 역전됐다. 실제 ‘새로운 어른 세대’로 불리는 4060세대는 성인 시장(20대 이상)의 80%를 차지했다(博問堂).
정년연장, 신질서의 수용

요즘 어른의 소비지향은 특징적이다. 이른바 미들에지(Middle-Edge)다. 중년인구(Middle)의 욕구지점(Edge)이란 의미다. 요즘 어른의 중핵적인 3대 소비행동을 이끄는 미들에지는 △노스탤지어 △자기 부활 △희망 실현 등으로 압축된다. 추억 소비와 시간 해방형의 소비 마인드다. 과거 활약·유행한 예술가·예능인·스포츠맨 등의 소환 조류가 이를 뒷받침한다. 추억 소환은 20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본격화된다. 40대면 인생 전성기였던 20대를 함께해온 음악·영화의 리메이크 소비를 자극한다. 장난감·피규어 등 어릴 적 강한 인상을 줬던 유희 대상의 복간판도 포함된다. 50대는 더 적극적이다. 자녀 양육이 끝나고 퇴직 등으로 시간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때부터는 요즘 어른의 시간 해방형 소비 트렌드로 자기 부활과 희망 실현에 관심이 꽂힌다. 본인다운 뭔가에 접근하려는 수요(자기 부활)와 치열한 인생경로에서 벗어나 어릴 적 집중했던 취미·유희로 꿈을 이루려는 욕구(희망 실현)가 그렇다. 악기 연주, 등산 등을 위해 고가의 관련 장비를 구매하거나, 넉넉한 구매력으로 어릴 적 제한적이었던 프라모델·피규어 등에 거액을 쏟아붓는 경우가 해당된다. 금전·시간·체력 등 여유로운 중년 이상에게 인기다. 일본의 성공 사례는 연구 대상이다. 몇몇을 소개하면 돋보이는 건 과거 회상적인 소비욕구의 발현이다. 다이칸야마의 명물인 쓰타야서점은 1960~1970년대에 히트한 명작 영화나 복간 CD를 전면에 내세운다. 화장품 메이커 맨덤도 아저씨 소비 욕구에 주목해 성장했다. 아저씨 세대를 노린 폭넓은 상품(루시드)을 출시했는데, 중고령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체취제거제도 인기상품이다. 신사·부인복 의류브랜드 도클라세(DoCLASSE)가 도쿄 1급지에 중년 모델을 내세운 대형 매장을 오픈한 것도 화제다. 40대 이후 체형 붕괴를 감안해 보정 기능을 넣어 젊음 유지를 강조한 마케팅 차원이다. 팔뚝·허리둘레 등 외견상 체형라인을 커버하는 실루엣으로 승부했다. 방치했던 중년의 소비 여력을 정확한 욕구 분석으로 발굴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글 전영수 한양대학교 교수
http://all100plan.com/2022-autumn-yeo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