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발견

생활

옛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만화방, 새 얼굴로 돌아와 반가운 그곳

만화방은 2000년대에 소리 소문 없이 스러져갔다. 모두가 엄지를 이용해 스마트폰 속 웹툰을 보기 시작하면서, 누구도 퀴퀴한 그 공간에 들어가 굳이 만화책을 집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복고 열풍과 함께 만화방도 얼떨결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라면과 담배 연기로 대변되는 음울한 굴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카페의 정체성도 차용하기 시작했다. 옛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만화방의 훤칠한 새 얼굴을 만나보자. 옛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만화방 옛날이라면 굳이 차를 타고 만화방을 찾아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만화방을 가려면 이러한 수고를 기꺼이 해줘야 한다.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곳으로 고르려면 좀 더 신중하게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도 아무렇지 않았던 ‘동네 만화방’을 다녔던 때와는 사뭇 다른 절차다. 만화에 나온 요리를 맛보며 뒹굴거리는 아지트 '장만동' ‘중화일미(요리왕 비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비룡떡볶이’. 만화책에 나온 음식 10여 종을 두 사장이 즉석에서 요리한다. 인터넷을 뒤져 미리 찾아보고 방문을 결정한 만화방은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장만동’. 장지동 만화 동아리를 줄여서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만화방, 조금 수상하다. 블로그나 SNS에서 이 만화방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에는 만화책을 읽은 이야기보다 이곳에서 먹은 음식 이야기가 더 많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장만동에서는 만화에 등장하거나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요리를 판다. 솔직히 말해 ‘만화책을 읽으러’라기보다 음식을 ‘먹어보러’ 그곳으로 향했다. 장만동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자리를 잡고 미리 검색해 간 이곳의 대표 메뉴 ‘비룡 떡볶이’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주인 오기욱 씨(30)는 “시간이 걸릴 테니 천천히 책을 보고 있으라고 권한다. 주문과 동시에 카운터 뒤쪽에 있는 주방에서 이곳의 또 다른 사장 조광효 씨(30)가 요리를 시작한다. 20분 정도 흘렀을까. 떡볶이라고 부르기가 미안할 정도로 화려한 비주얼의 요리 한 접시가 등장했다. 국물떡볶이 가운데에 볶음밥을 놓고, 그 위로 반숙 달걀 프라이와 깻잎을 얹어 마무리했다. 떡볶이와 볶음밥을 비벼서 먹는 음식이라고 조씨가 설명한다. 처음에는 떡볶이와 밥이라는 조합이 조금 낯설었지만, 직접 먹어보니 떡볶이의 매콤달콤한 맛과 볶음밥의 고소한 맛이 제법 잘 어우러진다. 비룡떡볶이는 두 사장이 만화책 ‘중화일미(요리왕 비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메뉴라고 한다. 이 만화방은 어쩌다 떡볶이를 만들게 되었을까? 오씨는 “떡볶이를 팔아서 번 돈으로 만화책을 샀다”고 웃으며 설명한다. “적은 돈으로 창업한 탓에 초창기엔 만화책을 많이 갖추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책장 하나를 겨우 채울 분량인 800권 정도로 시작했거든요. 요리를 연구하고, 그 음식을 팔아서 하나둘 책장을 채웠죠. 지금은 1만 2000권 정도 보유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교복 차림의 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만화방에 들어섰다. 학생들은 책가방을 자리에 내려놓기도 전에 떡볶이와 음료수를 주문한다. 이번엔 20대 커플이 이곳을 찾았다. 장위동에서 온 배성철 씨는 만화책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 SNS에서 이색 만화방을 검색했다고 한다. 이들 역시 오자마자 요리를 주문한다. 그들이 시킨 메뉴는 ‘나폴리탄 파스타’. 배씨는 “만화책 ‘심야식당’을 재밌게 봤는데, 거기에 나온 메뉴를 팔고 있기에 궁금해서 주문해보았다”고 말한다. 기껏해야 컵라면을 먹거나, 짜장면을 시켜 먹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즉석에서 만든 파스타라니. 만화방인가 음식점인가 싶을 정도다. 실제로 “가게 전체 매출의 60~70%가 음식 판매에서 나온다”고 오씨는 귀띔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비로소 만화방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천장에 있는 초대형 해먹. 찜질방처럼 개인별로 눕거나 엎드려서 볼 수 있는 토굴 공간도 독특하다. “비밀기지 같은 느낌을 이 공간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는 두 대표의 바람대로 장만동은 음식뿐 아니라 어릴 적 꿈꾸던 ‘아지트’ 같은 느낌으로 만화방을 떠나갔던 사람들을 다시금 불러 모으고 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은 만화도서관 '즐거운 작당' 마블 코믹스 작품만 모아둔 서가. 대표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만큼 만화방 곳곳에는 특색 있는 서가가 눈에 띈다. 겨울이면 좌식 테이블 일부에는 일본식 난방기구 ‘코타츠’를 설치하여 좀 더 아늑한 분위기에서 만화책을 즐길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 형식의 쾌적한 만화방이 생기면서부터 프랜차이즈 만화카페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만화카페 붐을 이끈 1세대가 바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즐거운 작당’이다. 즐거운 작당은 “어릴 적부터 만화책으로 가득 찬 서재를 갖고 싶었다”는 김민정 대표(46)의 꿈이 고스란히 실현된 곳이다. 실제로 만화방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만화책과 그림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서가를 만날 수 있다. 어디 하나 빈 곳이 없다. 벽면의 서가는 물론이고, 계단 틈새와 기둥까지 책장으로 활용한 모습이다. 안현수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한때 이곳에는 토굴 모양의 좌식 공간도 있었는데 책을 더 들여놓기 위해서 그 공간도 다 책장으로 바꿨다고 한다. 현재 즐거운 작당에서 보유하고 있는 만화책과 그림책은 3만 8000권 정도. 무수한 책이 있는 만큼, 중앙에 마련된 도서검색 컴퓨터에서 책 제목이나 작가 이름을 검색해 원하는 책을 찾아볼 수 있다. 동네 만화방에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만화책 이름을 대면 손짓으로 알려주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체계적이다. 그렇다고 양으로만 승부하는 만화방은 결코 아니다. 서가를 채운 만화책들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들이다. 기본적으로 ‘직접 읽어보지 않은 책은 구입하지 않는다’를 원칙으로 김 대표는 서가 리스트를 꾸려놓았다. 그래서일까. 여느 만화방처럼 드라마나 영화로 주목받은 원작 만화책을 갖춰놓기도 했지만, 군데군데 특색있는 서가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고양이나 개와 같은 동물이 주인공인 만화책만 따로 모아놓았거나 유럽이나 미국 작가의 작품만 모아두는 식이다. 분위기 또한 오롯이 만화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흡사 도서관 좌석처럼 자리마다 스탠드를 설치하고, 좌식 테이블 일부에는 일본식 난방기구 ‘코타츠’를설치해 따뜻한 아랫목에서 책을 보는 것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 20~30대 만화팬들. 다만 평일과 주말 손님의 연령대가 조금 다르다. “평일에는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많다면, 주말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손님이 몰린다”고 안 매니저는 설명한다 “점점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오세요. 특히 주말이면 엄마는 집에서 쉬고,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만화방은 건전하지 못한 곳’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던 때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엄마 몰래, 선생님 몰래 가던 만화방을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것.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글 김아영・기자 사진 고승범・사진가 (자료제공 전원생활)

여행

한 해의 분주함과 희망이 은빛바다로 눕는 강화도

분주하기만 했던 또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이 지고 새로운 한 해의 희망이 교차하는 시기다. 이제 가는 해의 아쉬움은 아름다운 추억의 일기장에 고이 적어놓고 행복이 넘쳐나는 새로운 해를 차분하게 맞이할 때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녹이며 잠시 세상일을 잊고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곳을 찾아 길을 떠나 본다. 여러 섬이 모여 한 몸을 이룬 강화도 광성보 성문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다. 강화도가 이렇게 큰 섬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고려 고종 때 최우가 강화도로 천도한 이후 토지가 필요해 간척을 하면서부터다. 『고려사』에 강화도의 제포와 와포를 막아 좌둔전을 만들고, 이포와 초포를 막아 우둔전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조선 후기 강화와 교동이 군사적 요충지가 된 후 굴곶언, 대청언 등 여러 곳이 축조되면서 오늘날의 강화도 형태가 되었다. 강화도 여행을 하면 바로 이런 들녘을 많이 보게 된다. 여행의 즐거움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넓은 논들이 한 때는 바다였고 백성의 식량을 위해 생긴 땅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고려왕도의 정취가 느껴지는 역사의 고장 강화도에서 가장 멋진 용두돈대 강화도에는 그 옛날 고려의 왕도답게 왕궁 터도 있고 방어시설인 ‘돈대’가 곳곳에 박혀있다. 조선 후기 쇄국정책의 여파로 인해 일어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그리고 한일합방의 빌미를 준 강화도 조약 등 역사적 자취도 곳곳에 남아있다. 단군시대부터 내려오는 마니산 참성단과 유명한 전등사가 있고 마니산 아래 그리 알려지지 않은 정수사가 있다. 이곳 정수사 법당 꽃살무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살무늬로 정평이 나 있다. 북녘 땅과 마주하고 있는 강화평화전망대에 가면 개성 송악산을 보게 된다. 평화전망대는 민통선 안에 있어 출입증을 받고 들어가는 곳이라 조용한 시골길을 둘러보는 그런 호젓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더 좋다. 육지에서 차로 갈 수 있는 최북단 섬, 교동도 교동도에서 바라본 교동대교 교동도는 강화도 서북쪽에 위치한 섬으로 북한 땅과 마주하고 있는 민통선지역이라 출입허가를 받아야 들어 갈 수 있다. 고려 인종 5년(1127년)에 창건된 최초 향교인 교동향교와 연산군 유배지가 있는 곳이다. 교동도는 아직도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 교동면 대룡시장에 가면 시간이 정지된 우리나라 60년대의 시장 모습을 그대로 볼 수가 있다. 대룡시장은 6·25때 연백군 주민들이 전쟁을 피해 잠시 피난 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고향 연백시장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강화도 가는 길 : 강화도는 북쪽 강화대교를 건너는 길과 남쪽 초지대교를 건너는 길이 있다. 당일로 여행을 끝마치고자 한다면 강화대교로 들어가 초지대교로 나오는 길을 권한다. 그래야 낙조를 보고 나오기 편하다.   코스 : 하루코스 - 강화대교 고려궁지 평화전망대 고인돌-외포리젓갈시장 전등사 광성보 초지진 초지대교 1박2일코스 1일 - 강화대교 고려궁지 고인돌 평화전망대 교동도 석모도 보문사 미네랄 온천 / 2일 - 외포리젓갈시장 정수사 전등사 광성보 초지진 초지대교   맛집 : 강화도 맛집은 아무래도 강화읍내 민속재래시장에 많이 포진되어 있다. 먹거리특화거리로 더미리장어마을(선원면 해안동로 일대), 선수벤댕이마을(선원면 해안남로 2845번길), 외포리꽃게마을(내가면 중앙로일대)이 있다. 간척으로 생긴 넓은 들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인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갑곶돈대 탱자나무 천연기념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석모도는 배를 타고 가야만 했다. 이제는 새로 연결된 연육교로 차를 타고 직접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석모도에는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한 곳인 보문사가 있다. 보문사 위 낙가산 중턱에 있는 마애석불좌상과 눈썹바위는 문화유산이다. 보문사 바로 아래 노천온천탕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일품이다. 온천장 주변에 들어선 펜션에 짐을 풀고 하룻밤을 묵으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가는 해를 돌아보고 신년을 구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다음날 나오는 길에 외포리 젓갈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낙조로 유명한 또 한 곳은 강화도 마니산 서쪽 장화리해변이다. 이곳 낙조는 긴 갯벌 위로 펼쳐지는 은빛낙조로 유명하다. 글 이승현·시인 여행작가

건강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건강 희소식

인간은 태생적으로 게으르다. 부모 눈에도 자식들은 다 게을러 보인다. 하지만 몸의 입장에서 보면 게으름은 효율적인 몸놀림이다. 몸을 보존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다. 기아(饑餓) 시대를 견뎌야 했던 조상은 어떻게든 칼로리 소비를 줄여 에너지를 비축해야 했다. 게으름은 그렇게 나온 조상 유전자 대물림 현상이다. 생산 노동이 아닐 바라면 가능한 한 적게 움직이면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생활 방식의 결과물이 바로 게으름이다. 누워 있어야 편한 것은 부단한 직립보행에 대한 보상이다. 물리학적으로 수직보다 수평이 더 안정적이기도 하다. 어째 됐건 우리는 게으름을 타고났다. 하지만 세상이 기아에서 풍요로 바뀌었다. 게다가 지식정보산업 사회로 넘어오면서 신체 사용이 급격히 줄었다. 직립보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더욱이 인공 지능 시대로 넘어가면서 두뇌 활동량도 갈수록 준다. '머리는 베개 벨 때와 모자 쓸 때, 그리고 머릿수 셀 때만 필요하다'는 농담이 나올 법하다. 용불용설(用不用說)에 따라 몸과 뇌는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미래에서 지구로 온 외계인이 팔다리는 가늘고, 머리 작은 '이티'(ET) 형상이지 싶다. 인간의 게으름을 타고났다? 이제 억지로라도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천부적으로 게으른 인간에게 운동은 고역일 수 있다. 최근 게으른 자들을 위한 나름 과학적인 운동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과학자들만큼은 좀 부지런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핀란드 과학자들이 연구한 '뇌에 좋은 운동'이 있다. 고령 사회를 맞아 치매와 관련해 뇌에 좋은 운동 연구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자들은 쥐를 갖고 실험을 했는데, 운동 효과 연구는 동물과 사람에게 유사하게 나온다. 4가지 운동 조건을 설정했다. 첫 그룹은 러닝머신을 설치하고 그 속에서 쥐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했다. 대부분 가볍게 뛰었고, 대개 하루에 3~4킬로를 조깅했다. 둘째 그룹에게는 쥐 꼬리에 무게를 달아 벽 타기를 시켰다. 일종의 근력 강화 운동이다. 셋째 그룹에는 러닝 머신 위에서 3분은 빨리 뛰게 하고, 2분은 천천히 걷게 했다. 이를 15분 동안 세 번 반복했다. 고강도 저강도 교차 인터벌 운동이다. 넷째 그룹은 그냥 놀고먹게 했다. 앉거나 누워만 지내는 '귀차니즘' 계열이다. 두 달 가까이 운동을 시키고 나서 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그중에서도 학습·기억 관련 핵심 부위 해마에 얼마나 많이 신경조직이 새로 생겼는지 살폈다. 해마가 두꺼운 채로 활성화되어 있으면 기억력이 왕성하다. 반대로 퇴행·위축되면 치매가 잘 생긴다. 치매 환자들은 해마가 얇다. 실험 결과, 가볍게 뛴 그룹의 해마가 제일 크게 두꺼워졌다. 귀차니즘 그룹보다 최대 3배 커졌다. 조깅 거리가 길수록 새로운 신경세포들이 많이 자랐다. 반면, 근력 강화 그룹에서는 해마 두께 변화가 없었다. 근력은 세졌지만, 뇌신경 재생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터벌 트레이닝 그룹에서는 신경 재생이 일어났지만, 조깅 그룹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결국 뇌를 위해서는 복잡하거나 요란하게 운동할 것 없이, 오랜 시간 편한 방법으로 조깅을 하라는 얘기다. 평일에는 짧고 굵게, 휴일에는 길~게 운동 몸을 위한 운동에도 '요령 과학'이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과학자들은 운동이라고는 '운' 자도 안 한 뚱뚱한 젊은이들을 모았다. 한 그룹은 일주일에 세 번씩 45분간 가볍게 땀이 날 정도로 자전거를 굴렸다. 다른 한 그룹에게는 2분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그다음 20초간 아주 빠르게 타게 했다. 같은 방식으로 세 번 반복시켰다. 운동 횟수는 두 그룹이 같다. 석 달 후 이들을 '귀차니즘 대조군'과 비교해 보니, 근육의 유산소 운동 능력과 혈당 대사 효율이 둘 다 20% 좋아졌다. '45분 일상 자전거'와 '1분 총알 자전거' 간에 근육 운동 효과가 같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뇌에는 오래 버티는 운동이, 몸에는 순간 힘쓰는 운동이 효율적이다. 바라건대, 두 개의 조합이 최상이다. 이를 일상에 접목하면 바쁜 평일에는 짧은 고강도, 여유 있는 휴일에는 긴 저강도 방식이 최적이다. 선천적으로 게으른 와중에 그나마 부지런을 떨어서 하는 몸과 뇌 균형 운동법이다. 그것도 싫은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운동과 담을 쌓은 사람이 그렇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 일본 도쿄대 노화 연구소에서 한 조사를 주목하자. 65세 이상 사람 수천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활 패턴과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누구나 예상한 대로, 정기적으로 운동한 사람이 더 건강하다. 결혼한 사람이 건강하고, 치아 상태가 좋아 식사를 잘한 사람이 건강하다. 그런데 특이한 사안이 있었다. 혼자서 운동을 정기적으로 한 사람과 운동은 담쌓고 친구들과 어울린 그룹이 있었다. 이 둘 중 누가 건강했을까. 의외로 운동은 안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린 그룹이다. 즉 어울리지 않고 운동하는 것보다, 운동은 안 해도 어울리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어울리다 보면 돌아다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기본 움직임을 하는 것이다. 물론 운동하면서 어울리면 더 좋다. 정 운동하기 싫다면 어울리기라도 해야 한다. 나이 들수록 어울릴 사람들이 적어진다. 그래서 노년으로 갈수록 돈모아놓는 재테크, 몸 다지는 헬스테크,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정테크가 필요하다. 건강은 몸만 갖고 안 된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이 밥 먹고, 자원봉사를 하면서 남을 돕고, 의미 있는 곳에 기부하는 생활 속에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꽃 피운다. 이건 장수의학 연구에서 나오는 일관된 결과다. 글 김철중・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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