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발견

건강

코로나19가 걱정이라면? – 면역력 높이는 우리 농산물 5

질병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먼저다. 예방의 첫 단추는 면역력을 높이는 데 있다. 평소 영양이 풍부한 농산물을 꾸준히 섭취하면 어떤 질병이 유행하더라도 걱정이 없다. 봄기운이 완연해 나들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폐렴 증상을 보이다 심할 경우 치명적인 폐 손상을 가져오는 전염병으로 알려졌다. 우한을 방문한 사람뿐 아니라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에게서도 발병이 확인됐다. 완치자는 나왔지만, 현재까지 백신은 없는 상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 역시 좋은 예방법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면역력 증진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를 직접적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식품은 없다. 하지만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항암·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면역력이 높아져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가 유행할 때도 전문가들이 마늘·홍삼·김치 등 면역력 증강 식품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면역력 증진에 좋은 식품 중 평소 자주 접하고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농산물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마늘은 항암 식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농산물이다. 마늘에 다량 함유된 알리신 성분이 강력한 살균·항균 작용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위암 유발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해서도 항균 효과가 있다. 알리신은 체내에서 비타민B6와 결합해 세포기능을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른 비타민의 흡수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마늘은 유효한 영양성분이 풍부한 대신 콜레스테롤이 없고, 간에서 지방을 만드는 효소활동을 막아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다른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온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효과도 있다. 버섯은 서양에서 ‘채소 스테이크’라고 부를 정도로 고단백 식품이다. 식이섬유와 비타민·철·아연 등 다양한 무기질도 갖췄다. 특히 버섯에 풍부한 베타글루칸 성분은 백혈구 세포를 증가시켜 면역력 증강 및 항암 효과를 발휘한다. 표고버섯은 미국 FDA가 세계 10대 항암 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꽃샘추위로 갑자기 온도가 낮아지면 면역력도 덩달아 떨어지는데 이때 비타민D가 도움을 준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면 인체에서 자연히 형성되지만, 현대인은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는 등 일조량이 부족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 비타민D가 풍부한 버섯을 섭취해 부족한 영양분을 채울 수 있다. 인삼을 쪄서 말려 만든 홍삼은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에 효과적인 대표 건강식품이다. 코로나19 예방 식품으로 단연 주목받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력 증진 효능도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혈행 개선, 기억력 개선, 항산화 효과도 갖췄다. 이러한 효능은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 덕분이다. 사포닌의 주요 성분인 진세노이드는 유해산소를 억제해 만성 피로를 해소하고 독소배출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삼을 그대로 섭취해도 좋지만, 홍삼으로 섭취하면 진세노이드의 체내 흡수율이 더욱 높아진다. 양파는 세계 4대 장수식품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면역력에 좋은 식품이다. 특히 양파엔 비타민C가 많다. 하루에 중간 크기의 양파 한 개만 먹어도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의 20%를 섭취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비타민B6·칼륨·엽산·망간 등이 들어 있다. 껍질에는 항알레르기 기능과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는 항산화 물질 퀘르세틴이 풍부하다. 폴리페놀 성분 역시 풍부해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양파는 글루타티온이라는 성분을 만들어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퀘르세틴·비타민 등 양파의 영양성분은 껍질에 특히 많다. 찌개나 국에 활용하는 육수를 낼 때 양파 껍질을 넣어 끓이거나, 껍질째 양파즙을 내어 먹는 것이 방법이다. 토마토는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다. 토마토를 꾸준히 섭취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아 ‘의사들이 싫어하는 농산물’이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내는 라이코펜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암을 예방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며 풍부한 식이섬유는 변비 예방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좋다. 풍부한 비타민C와 B·E는 순환과 대사 증진을 도와 면역력을 높인다. 토마토는 지용성 식품으로 익혀 먹거나 올리브유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력이 한층 높아진다. 글 지유리 기자 (자료제공 전원생활)

인물

78세에 미국의 국민 화가가 된 그랜드마 모지스

우리에게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선 나이가 어릴수록 좋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히는 그랜드마 모지스는 그런 편견이 얼마나 의미없는 것인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였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의 나이는 76세였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로 산 그랜드마 모지스 1860년 미국 뉴욕 주의 농촌 가정에서 태어난 안나 매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12살때부터 농장 일을 했다. 그러다가 외지로 나가서 가정부 일을 15년 동안 했다. 스물일곱 살에 농장에서 일하던 일꾼과 결혼하고 열한 명의 아이를 낳았다. 그때부터 모지스는 자신의 모든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쓰며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보냈다.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모지스는 자신의 청춘을 보낸 것은 물론, 취미와 원하는 삶을 포기하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수십년 동안 그녀는 오로지 빨래, 요리, 농장일만 반복하는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 어느덧 4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67세의 할머니가 된 모지스는 사고로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뒤 막내아들과 함께 살게 됐다. 집안의 생계를 담당했던 남편을 떠나 보낸 모지스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자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꿈도 꿀 수없는 일이 되었다. 오직 먹고 살기 위해 바늘 끝으로 자수를 놓아 하얀 천 위에 그림을 그리듯 이불보를 수놓았다. 원래부터 그림에 솜씨가 있었던 덕분에 모지스가 수놓은 퀼트 이불보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일 역시 오래 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어 손마디에 관절염이 찾아온 것이다. 모지스는 손가락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바늘을 천에 꿰뚫어야 하는 정교한 작업은 이제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자, 그녀가 가장 행복하게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76세부터 시작된 제2의 인생 삶의 희망이자 작은 행복이 사라진 어느 날 우연히 모지스의 동생이 작은 붓 몇 자루를 선물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모지스는 이제 날씨가 좋은날이면 들판으로 나아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림에 담았다. 잔잔한 시골 풍경과 농가의 일상, 들판을 뛰노는 가축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화폭에 옮겨졌다. 무엇보다 모지스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그림을 2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사기 시작했다. 그림을 팔아 생계에 도움도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지스가 살던 시골 마을에 뉴욕의 유명한 미술품 수집가가 우연히 지나갔다. 그는 마을에서 우연히 눈에 띄는 그림 몇 점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형식이나 유행에 빠져 내용도 이해할 수 없는 뉴욕의 직업 화가들이 그린 난해한 그림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그림이었다. 뉴욕에서 온 화상은 즉석에서 그림을 모두 구입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세월 기다려온 그랜드마 모지스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꽃을 피우는 순간이기도 했다. 1938년 드디어 그랜드마 모지스의 그림이 뉴욕 화랑가에서 세상에 공개되었다. 반응은 놀라웠다. 전시 첫날 눈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그림은 모두 팔려나갔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린 주인공이 80세에 다다른 시골 할머니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잇달아 개인전이 개최되고, 이제 그녀의 그림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리고 있던 마음의 고향을 모지스의 그림속에서 발견했다. 물질적 풍요와 기술이 지배하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모지스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풍요와 안식을 제공했다.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당대 최고의 화가들만이 참여할 수 있다는 뉴욕의 메트로폴리스 미술관, 파리의 국립 근대 미술관 등에서도 초청을 받아 전시회가 열렸다. 시골의 할머니 화가였던 그녀는 이제 일약 스타가 된 것이다. 배움에 적당한 나이는 없다 그랜드마 모지스는 76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1,600점의 그림을 남겼다. 놀라운 것은 모지스가 죽기 직전까지 활발한 창작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100세부터 삶을 마감하던 101세까지 모지스가 그린 그림이 25점이나 된다. 모지스의 그림에는 자신의 역경을 극복한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것은 모지스만의 독특한 낙관주의 덕분이었다. 불행이나 절망에 빠져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그림을 그린 한 할머니의 인생과 삶의 철학이 그녀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과연 인간에게 배움에 필요한 적당한 나이는 있을까?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선 나이가 어릴수록 좋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히는 그랜드마 모지스는 그런 편견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였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의 나이는 76세였다. 이후 모지스는 사망할 때까지 화가로 활동하면서 부와 명성을 거머쥐면서 화려하게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을 만끽했다. 모두가 늦었다고 삶을 포기하는 순간, 모지스는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다. 가난하고 고달픈 삶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인생, 그리고 뒤늦게 또 하나의 멋진 인생을 살았기에 모지스의 삶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인생이란 무대에서 주인공은 나이가 들고 늙어도 역시 자기 자신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무대 위에서 자신을 대신해서 연기를 해줄 수 없다. 모지스는 늙었다고 삶을 포기하기보다는 자신처럼 늘 새로운 인생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것을 몸으로 증명했다는 점일 것이다. 글 김대근·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선임연구원

여행

책을 어루만지면 – 경의선책거리 산책

호학군주(好學君主) 정조는 유능한 젊은 학자를 선발해 그들을 교육하고 학문에 정진케 하고자 왕실도서관인 규장각을 설치했다. 하지만 스스로는 바쁜 정무로 인해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자, 당대 최고의 화원들에게 책가도(冊架圖, 책과 책장 등을 그린 그림)를 그리도록 해 그 아쉬움을 대신하고자 했다. 오죽하면 어좌 뒤에 전통적으로 세웠던 일월오봉도를 치우고 책가도 병풍을 세울 정도였다. 이는 조선 건국 때부터 이어져온 관례를 깨버린, ‘책벌레’ 정조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비록 책을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책방에 들어가 책을 어루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Tip. 과거로의 시간여행, 경춘선숲길 경의선숲길과 함께 옛 경춘선 구간에 조성된 경춘선숲길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2013년 첫 삽을 뜬 경춘선숲길은 7년 만인 2019년 그동안 행복주택 건설공사로 중간이 끊어진 채 미완으로 남아 있던 마지막 0.4km 구간을 개통하면서 총 6㎞ 전 구간을 막힘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노원구 월계동의 경춘선숲길은 2010년 12월 열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쓰레기 무단 투기, 무허가 건물 난립 등으로 방치되었던 경춘선 폐선 부지를 서울시가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녹색의 선형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옛 기찻길과 구조물을 보존해 철길의 흔적은 살리면서 주변에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어 숲길로 조성했다. 경춘철교를 시작으로 구리시 경계까지 숲길을 따라 걸으면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경춘선숲길은 구간별로 각각의 특성과 매력을 갖고 있다. 1단계 구간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으로 허름한 주택이 카페로 변신, 주민들의 만남과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단계 구간은 시민이 직접 가꾼 텃밭과 살구나무, 앵두나무 등 유실수와 향토수종 등 다양한 수목으로 정원이 조성되었다. 3단계 구간은 옛 화랑대역 역사와 함께 한적하게 산책할 수 있는 숲속 철길이다. 특히 등록문화재 제300호인 화랑대역 역사는 이제는 추억이 된 무궁화호 경춘선 노선도, 승무원 제복, 차표 등 옛 간이역 풍경을 재현해놓은 전시공간으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적격이다. 오늘 당신과 함께할 책은 ‘문화산책’ 부스는 지금 막 휘어진 길을 빠져나오는 열차 모양이다. 정조시대의 ‘책가도 문화’를 현대적 의미로 되살린 곳이 바로 경의선책거리다. 시민들에게 책을 통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제공하고자 2016년 마포구에서 경의선 폐선부지인 홍대복합역사 일원에 책 테마 거리를 조성했다. 출판사와 서점들이 밀집해 있는 마포구에 책거리가 생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 거리를 찾는 시민들이 ‘세상에 나온 책 한 권의 위대한 가치를 통해 건강한 삶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 꿈을 실현’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시작은 지하철 홍대입구역 6번 출구다. 지하에서 빠져나와 잠시 되돌아가면 ‘경의선책거리’라고 쓰인 조형물이 보인다. 이곳에서 출발해 와우고가차도 아래 구역까지 이어지는 길이 경의선책거리다. ‘땡땡거리’ 앞에 세워진 경의선 안내판. 다른 안내판과 마찬가지로 ‘기타 치는 남자’와 ‘책 읽는 여자’가 걸터 앉아 있다. 약 250m에 걸쳐 이어지는 길에는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는 책방과 문화공간이 있다. 마치 열차 차량처럼 생긴 직육면체의 부스들은 모두 각각의 주제를 갖고 운영되는 공간들이다. 공간산책, 여행산책, 예술산책, 아동산책, 인문산책, 문학산책, 테마산책, 문화산책, 창작산책, 미래산책 등이 그것들이다. 각 공간에는 주제에 맞는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거나, 특정 책을 주제로 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또한 요일별로 주제를 달리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월요일은 프로그램 준비, 화요일은 인문학, 수요일은 저자와의 만남, 목요일은 여행, 금요일은 문학, 토요일은 어린이와 가족, 일요일은 북콘서트와 공연 등이 열린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리 안내판 위에 걸터앉아 있는 ‘기타치는 남자’와 ‘책 읽는 여자’ 조형물. 음악과 미술로 대표되는 이른바 ‘홍대문화’와 책거리의 만남이다.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이 새겨진 조형물, 고가다리 아래 옛 철도역을 재현한 작은 역사도 눈길을 끈다. 따사로운 봄날엔 역사 벤치에 앉아 책 한 권 읽다 돌아가도 좋을 법하다. 그것이 따분하다면 주변에 산재한 카페나 주점에서 잠시 파적하면 될 일. 역사와 마주한 게시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오늘 당신과 함께할 책은 무엇입니까?’ 꽃피는 책거리는 아름답다 와우고가차도 아래 조성된 ‘책거리역’. 경의선에 기차가 다닐 때 세교리역과 서강역 사이에 자리한 이곳을 책거리역으로 꾸몄다. 와우고가에서 바라본 경의선책거리. 옛 철로를 걷어낸 자리에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정조시대의 ‘책가도’ 정신을 입혔다. 책거리의 끝은 ‘땡땡거리’로 이어진다. 옛 철길을 따라 기차가 지나갈 때면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지고 ‘땡땡’ 소리가 울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의선은 1906년 개통된 용산과 신의주를 잇는 철길로, 일제강점기 시절까지만 해도 남북을 오가는 주요 교통로였다.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오랜 세월 운행이 중단되었으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복원사업을 시작해 2009년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 광역전철이 개통된다. 이때 용산~가좌를 연결하는 6.3㎞의 용산선 구간을 지하화하면서 지상에 경의선숲 길을 만들었다. 경의선책거리의 끝인 와우고가에서 홍익대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금세 산울림소극장이 나온다. 연극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연극교실’로 불리는 유서 깊은 연극공연장이다. 산울림소극장을 지나 맞은편 언덕길을 오르면 와우공원을 만날 수 있다. 와우산 자락에 자리한 와우공원은 생각보다 아름다운 공원이지만, 어지간한 연배에게라면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기억되는 곳이다. 1970년 4월 8일, 창전2동 와우산 기슭에 위치했던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는 대연각 화재사건과 더불어 1970년대 건물 관련 참사로 쌍벽을 이루는 사고였으며, 건국 이래 발생한 각종 참사 중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일어난 첫 대형 참사이기도 하다. 새로 지은아파트가 산 아래로 넘어지듯이 무너져 내리면서 33명이 죽고40명이 부상당하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와우공원을 돌아다시 와우고가 위로 올라서면 경의선책거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꽃피는 책거리는 아름답다. 그 거리를 걷는 사람도 아름답다. 꽃보다 아름답다. 이윽고 해가 지면 하나둘 켜지는 도시의 불빛 또한 아름다우리라. 집에 돌아가 다시 책을 펼쳐야겠다. 글·사진 유성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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