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귀한 인생, 포기하지 말고 기죽지 말고 살자구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개그계의 맏언니’ 팽현숙(56).
그녀는 요즘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알뜰하고 치열하게 살고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를 비롯해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홈쇼핑 출연, 강연과 사업, 학업 등을 병행하느라 주 7일 내내 풀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피곤한 기색 없이 활기가 넘쳤다.
“10년 넘게 전국 방방곡곡 강연을 다니면서 사업 노하우를 나누며 기적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어떤 팬은 전화로 울면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고, 어느 분은 ‘언니, 보고 싶다’면서 깔깔거리며 웃어요. 남편 최양락 씨는 저더러 무슨 교주 같다고 하더군요.(웃음)”
실패 딛고 일어난 ‘여자 백종원’...거침없는 화법으로 공감대
팽현숙이 이처럼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된 것은 성공한 외식 사업 CEO로서 사업 노하우를 나눌 뿐만 아니라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중장년 팬들에게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여자 백종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주부들이 결혼하고 출산하고, 애들 키워놓고 나면 우울증이 오곤 하잖아요. 재취업을 마음먹고 거울을 보니 어느덧 중년에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죠. 회사에 이력서를 내기도 힘들고 특별한 재주나 자격증도 없으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저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요.”
그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레스토랑, 카페, 한정식, 치킨집, 맥줏집, 옷 가게 등 다양한 업종에서 실패했지만, 결국 오뚝이처럼 일어나 성공을 일궜기 때문이다. 팽현숙은 지난 2006년 순댓국 본점을 오픈해 사업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반찬가게를 오픈해 외식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성공의 비결이요? 자존심 내려놓고 직접 부딪쳐 보세요
그에게 성공적인 사업 수완의 비결을 물었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똑부러진 답이 돌아왔다.
“친정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네가 망하는 이유에 대해 잘 연구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사장이 되려고 했더라고요. 외식 사업은 10명 중 1명이 성공할까 말까 한 어려운 사업이에요. 사장이 종업원이 되고, 주방장이 되어야 성공해요. 저는 늘 강연에서 이렇게 말해요. 진짜 성공하고 싶으면 자존심 다 내려놓고 미용실이건 빵집이건 분식집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번 뛰어보라고요.”
자신도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팽현숙은 “두세 달 일을 해보면 그 집의 성공 비법을 대충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비, 재료비, 부가세, 인건비, 월세 등이 얼마가 나가고 하루 매출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면 자신의 도전 여부에 대해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만큼 외식사업은 꼼꼼히 따져보고 도전해야지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망하기 쉽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명퇴(명예퇴직)하면 보통 치킨집을 많이들 하시는데, 망하는 경우가 태반이잖아요. 사실 주방장 월급이 가장 센데, 본인이 주방장 역할을 하면 300~350만원은 먹고 들어가요. 그래서 내가 닭을 튀길 줄도 알아야 돼요. 부부가 함께 사업에 매달리고, 자식들이 주말에 아르바이트 뛰어줘야 성공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망할 일은 없어요.”
팽현숙은 지금도 손에 늘 붕대를 감고 다닌다. 손은 안 꿰맨 곳이 없는 상처 투성이다. 그는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등 4개의 조리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음식 개발에도 직접 나선다. 이제는 권리금 없는 곳에 들어가서 다 죽은 가게를 살리는 것이 자신의 특기가 되었다면서 환하게 웃는 팽현숙. 쇼호스트가 아닌 사업가 마인드로 접근한다는 그는 홈쇼핑에 출연해 20회 연속 매진을 기록하는 등 홈쇼핑계에서도 ‘귀하신 몸’이다. “저는 어떤 홈쇼핑이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제가 그 제품의 회사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방송에 임해요. 저는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니고 똑똑하지도 못해요. 그러니까 사업을 열번 이상 망했겠죠. 하지만 저는 계속 도전해요. 누군가 사업을 성공했다고 하면 그 사람을 나의 롤모델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요."
아내의 열정적 도전에 남편 최양락도 변해
팽현숙은 현재 대기업과 손잡고 해외로 수출할 음식 사업을 개발 중이다. 그는 "외화벌이를 해서 우리나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꿈이다. 전 세계에 깜짝 놀랄 음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아내의 열정적인 도전을 옆에서 지켜본 남편 최양락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 고집 센 남편의 자세도 완전히 변했어요. 이제는 빨래, 다림질, 쓰레기 분리 수거까지 도맡아 해요. 저는 야외 촬영 나가서 뛰는 장면이 있으면 열번이고 뛰어요. 그래서 한 번 일한 PD나 작가는 저를 꼭 다시 찾아요, 아니 찾게끔 해요. 언젠가 남편이 녹화 시간이 길다고 푸념하길래 제가 옆구리를 팍 찌르면서 그랬죠. '이 나이에 써주는 것도 감사하지!' 나이들수록 겸손해야 한다고요."
그가 말하는 재테크의 기본은 ‘종잣돈'을 모으는 것이다. 저축으로 열심히 종잣돈을 모아 작은 규모의 투자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동산 임대업에 관심을 가지고 재테크 관련 서적을 썼던 그는 ‘카더라 통신’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 투자하고, 저평가된 물건지를 고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후 재테크는 무리수를 띄우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지금도 투자의 롤모델을 만들고, 그 사람에 대한 서적을 사서 공부해요.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사회, 경제, 문화를 매일 한두시간씩 인터넷으로 공부하죠. 경제 상식도 결국은 장바구니 물가와 연동돼요."
“재테크는 롤모델 만들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
부유하던 집의 가세가 갑자기 기울면서 어린 시절 냉골에서도 살아보고 왕따도 당해보고 인생의 온갖 쓴맛을 다 봤다는 팽현숙. 그래서 그의 몸에는 근검절약이 깊숙이 배어있다. 그는 “홈쇼핑에서 식품을 살 때는 양이 많은 경우 지인들 두세명이 나눠서 공동구매를 하거나 1주일치 장을 미리 보고 가계부를 쓰면 무계획적인 소비를 막을 수 있다”고 알뜰 비법을 귀띔했다.
그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나이 먹어서 후배들에게 밥 한끼, 커피 한 잔 사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다. 그는 “나이 오십까지는 건강관리 잘 하면서 죽기 살기로 열심히 살아보라”고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어려울 때는 나한테 천원짜리 한 장, 밥 한끼 사주는 사람 없어요. 나중에 자존심을 지키려면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노후에 쓸 돈을 조금씩이라도 모아야 돼요. 젊을 때는 얼굴과 몸이 명품이니 욕심을 조금만 줄이세요”
“자식에게 기대지말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세요”
동시에 동년배의 팬들에게는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가 살아보니까 나이 오십부터 인생의 참맛을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벌써 뒷방 노인네 취급을 하죠. 나이 오십대가 못해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경험자죠. 그래서 저는 이런 강의도 하고 싶어요. 나이 먹었다고 기죽지 말고 자식에게 기대지도 말라고. 아르바이트를 뛰더라도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라고요."
그는 죽기 전에 자식에게 10원 한 장 주지 말자는 것이 자신의 지론이라면서 “자식들이 자기의 길을 직접 개척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년 전 가톨릭관동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삶을 사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 강단에서 실용영어를 가르치는 딸과 함께 어려운 학생들에게 영어를 공짜로 가르쳐주면서 '더불어 함께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저도 ‘흙수저' 출신으로 누구보다 힘든 시절을 겪고 고생해봐서, 가난은 희망이 없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팽현숙의 마지막 꿈은 청평의 자그마한 카페에서 세월을 함께 보낸 사람들과 함께 수다 떨고 소소하게 보내는 것이다. “나이 들었다고 우울하게 살 필요 없잖아요. 노후에 그 카페에서 힘들고 우울증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시간을 보낼 거예요. 팬들이 있는 한 그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글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erin@seoul.co.kr) 사진 제공 JTBC, SM C&C, KBS